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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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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BY 햇반 2004-09-10

아파트를 벗어나 강북도로를 타고 20분쯤 달리다 보면 잠실대교와 만난다

삼성동을 가기위해 잠실대교 건너기전  고가를 접한다

고가도로를 마악 진입할 지점쯤  다리밑에 작은 집이 있다

아니 솔직히 집은 아니다

그치만 사람이 살고있으니 집은 집이다

 

여름내내 그 집에는 사람이 살고있었다

허름한 행색의 사나이...

사람들은 그를 노숙자로 부른다


항상 그시간에 출근하는  나는 언제부턴가 그의 모습을 관찰하는게  습관처럼되었다

그가 누운 천장은 다리가 있어 최소한 비는 피할 수 있고

바닥은 항상 두꺼운 포장박스가 깔려있어 습한기운은 면할수 있고

그리고  하나 더 그가 이불처럼 사용하는 신문지 몇장도 그주변에 널려있다


밤새 무엇을 했는지 어느 맘때쯤 돌아와 잠을 자는지 그의 신변에

일어나는일에 대해선 전혀 아는바가 없다

그저 그시간에 웅크리고 자는 그의 모습이 안됐다거나

그의 신변의 염려스러움 그런 것 이상의 일종의 호기심같은 것이 발동을 한 것이다


처음엔 이런생각들을 해보았다

역근처나 지하철 주변보다야 공기 좋고 조용하니 환경면에서 그만이고

한강이 흐르는 강변에다 아침 햇살이 밝게 비쳐주니 경관 또한 빼어나

노숙자치고는 참으로 친환경적인 사람이려니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불평아닌 불평도 생겼다

내가 느즈막히 출근할때까지 잠을 자는 사람은 정말 게으른 사람이라고

어렵고 힘든세상, 아무리 노숙자로써의 삶이지만 조금 더 부지런해지지

박차듯 자신의 집을 빠져나왔어야 하는 시간 아닌가

 

사람이 사람에 대해  말한다는것은 함부로 할일이 아니지마는

누군들 노숙자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실제로 어엿한 직장에서 퇴출을 당한 한 가장이 여러달 노숙자 생활을 했었다는 기사를

일찌기 본적 있고 실직이나 취업난으로 극빈층의 점심거르기가 의무가 되다 시피하고

간혹  무료배식소에서 줄을 서야하는 그들의 비참함도, 그러나 요즘엔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는

사회의 어두운 기사들을 볼때마다  정말 우리나라의 남자들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안할수없다

 

어느 집안에서나 남자는 집안의 대들보이고

집안의 기둥이고 없어서는 안될 큰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노숙자 대부분이 남자들임에... 

그것도 한참 일을 할 건장한 이땅의 젊은이니 말이다


잠을 구걸하고 먹을 것을 구걸하고

그건 최악의 상실이다

감기 한번 걸려 며칠만 아파보자 

이러다 건강을 잃고 큰 병을 얻으면 어쩌지하며 신경쇠약증에 걸릴 정도로 나약한게 인간인데

삶의 상실이라니....

이 땅 어느 한 공간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듯 그들은 공황상태를 경험 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땅에 살아갈 가치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할것이고

자신의 남은 삶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게 될것이다

그리고 위태위태한 삶의 요소들을  끌어안지도 못한채 방치상태로 여기저기로

떠밀려 다닐것이다

자신의 것이 없는사람의 자신(실체)도 없다

그 무엇도 자신의 것이 될수 없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땅 끝까지 내몰려질 것이다

점저 더 지쳐가는 사람들...

그러다 쓰러져 가는 사람들.... 

 

이땅에 노숙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전에는 무엇을 했었는지

앞으로 사회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재기에 성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확이 어느맘때쯤인지 모르지만  그가 안보이기 시작한것이...

아마도 열대야가 끝날 무렵이었던것같다

 

혹  멀쩡한(?) 그가 여름내내 더운 집을 피해  휴가를 다녀간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정도로 별안간 떠나버린 그의 빈집을 여러날 보아야했다

 

그러다 문득 그에게 하고싶은 말이 생겼다

당신이 떠난 자리가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노라고

오물처럼 어수선하게 쌓여있던 당신의 흔적들

신문지며 포장박스, 그리고 빈 술병에 잡다한 부스러기들

 

화장실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자리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