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야...
이 세상에서 우리엄마아빠가 제일 좋고 제일 훌륭한것만 같던
어릴적 생각에서 이제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걸 깨닫는 순간,
그게 너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야"
이런말을 아들에게 하는건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녀석은 친구집에 가서 먹은 친구엄마의 요리를
눈치도 없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해댄다
그렇게 맛있는 "전"은 처음 먹어봤노라고
위기감이다...
십수년간을 한 남자와 살아오면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위기감
그러고 보니 남편과 산 시간과 아들과 산 시간이 얼추 맘 먹는다
남편이 잔소리를 할때는 그럭저럭 내가 따질수 있었고 때로는 그도 눈치것 했다
최초로 아들이 내게 던진 말이 나에겐 위기감으로 그만
목에 턱 걸리고 말았으니...
어쩌면 아들도 지금쯤 속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제일 요리를 잘 만들던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친구아빠의 직업을 부러워 하고 친구집에 있던 고가품들을 부러워 하는
아들의 기분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운한 맘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세상과 더욱 긴밀해질 아들의 저 무언의 폭력을 나는 어찌 감당할수 있을지
입가의 미소만이라도 작은 선물만으로도 모든것을 충족시켰던
아들의 세계는 서서히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요리를 잘 만들던 엄마는 눈녹듯
이제는 때묻은 흔적만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렇게 나의 허물들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원래 남자는 여자에게 다 그렇게 속는거란다" 라고 농담을 해야하나
아님 아들도 남자라고 "남자는 다 그래..."라며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하나
아직까지는 그래도 나는 아들에게 일등엄마이고 싶은데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아이랑 쿠키도 만들어먹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뒤져서 아들 반할만한 멋진 요리를 만들어야겠다
아직 아들의 마음에서 미쳐 씻겨 나가지 않았을 엄마의 환상이
좀더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
가련한 여인....
그대이름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