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살아오면서 그동안 나는 남편이 뭔가를 배웠으면 하는 몇가지에
대해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 몇가지를 대충 생략하더라도 최근까지 내가 권유한 두가지에 대해 말해보고자한다
하나...
내가 음악을 좋아하니 나이들어 함께 치매예방에도 좋을 연주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즐기고 싶은 바램으로 피아노를 배워보라고 한것
그리고
둘...
먹성도 좋은 반면 또한 맛을 잘 구별해내는 미각을 가진듯 하여 요리를 배워
나중에 살림이 여유로워질때 한식당이나 요리집을 운영하면서 입에 풀칠 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받아볼 속셈으로 요리배워보기를 권해왔다
남편은 시간이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아니 실은 나를 위해
어느 한가지도 시도 한 적이 없다
몇년째 남편이 피아노 앞에만 가면 꼭 두들기는 노래가 있기는하다
"고향의 봄"
양손은 고사하고 오른손 중지 하나만을 이용해서 치는 피아노 소리는
누가들어도 소음에 가깝지만 정작 본인은 그 곡을 자신의 유일한 완주곡이라 믿는다
그러고보면 내가 남편에게 기대해선 안 될 일을 기대한 셈이다
음식도 별다르지 않다
이따금 라면을 끓인다거나 고기를 구울때 젓가락 한짝 쓰는거 이외에는
남편이 자신의 손가락에 별로 공 들이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정명훈이 요리책을 냈다며 여기저기 홍보를 하고있다
음악가인 그가 하는 요리는 어떤 맛일까 생각해보니
그가 만들어낸 요리책 역시 궁금해진다
아마도 며칠 안에 나는 그가 만든 음식은 맛 볼 수 없어도
최소한 그의 머리와 손끝에서 나온 음식들을 내 눈으로나마
간단하게 요기는 할수 있을것같다
주방 한켠 장식장에다 그의 요리책을 장식품처럼 진열을 하고는
아까워 두고두고 바라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의 음악같은 요리를
야금야금 훔쳐먹어야겠다
그래서 아마도 그의 이름을 거론하며 남편에게 또 다시
요리를 만들 기회(?)를 얻기위해 애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