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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BY 햇반 2003-08-23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화 되어가는 세상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습성에 젖은 우리들은

현제라는 틀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관촌수필”은 지독하게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것이 온통 토속어에 한자 투성이인데다 고어체로 문장 여기저기

짜여져있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이거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8월 한달간 나는 두편의 책을 보아야 했는데 2주전 토론한 “미국은 점령당했다”

는 두손 두발 다 들고 일찌감치 포기하지 않았던가

무더운 여름날 방학내내 아이들로 인해 지친 내가 책과 다시 씨름을

해야 할 생각을 하니 오죽했으랴

기우였다

“관촌수필”(이문구:문학과 지성사)은 예외였다

좋은책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바꾸어 놓는가보다

총8편으로된 “관촌수필”은 소설형식의 실화이다

한단락 한단락의 글들이 가슴에 찡한 여운을 남기는가하면 꿀꺽꿀꺽 울음을 삼키게도한다

다행이도 “화무십일”편 부터는 작가의 문체에 적응된 탓인지 작가의 문장이

읽는 사람에게 잘 전해질수 있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는 흔적을 엿볼수가 있었다

작가는 천성적으로 친절한 사람이었으리라는 생각이든다


8편 모두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있다

작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고

변하는것과 변하지않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려고한다

그리움으로 때로는 향수로...

하지만 그것은 종전에 우리가 유년의 좋은 기억만을 그려낸

이야기가 아닌 농촌의 실상을 그대로 파헤침으로써 더 이상 농촌에 대한

환상이나 감상 따위에 젖게 하지 않는다

"공산토월"이 이 작품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녹수청산”을 들고 싶다

대복이와 순심이의 인연

시대의 흐름에 벗어나지 못한채 희생되어야 하는 젊은연인들

그들의 기구한 운명에 한낮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집에서 식모로 일하면서 자식처럼 친구처럼 보살펴주던

옹점이 그리고 할아버지 다음으로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신석공

그리고 복산이,용모,희찬이....

아직도 작가의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근근히 어어지는

그의 유년의 기억들은 그의 평생 큰 자산인 것이다

지난 과거의 주인공들과 하나같이 좋은 관계를 맺고 최근까지도

그의 현실에 개입되었던 많은 이들을 통해 작가는 현대 도시사회의

인간형을 비판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음을 알 수 있다


엄한 조부 밑에서 자란 작가는 다분이 유복하고 성안의 지주처럼 군림하던

자신의 유년을 섬세하게 잘 그려놓았다

자칫 화자가 이 책의 주인공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나 하는 부질없는

걱정 역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낯설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그렇지만 매우 분위기 좋은 곳에서 훌륭한 요리를 먹은것처럼

좋은 기분을 갖게 해주는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