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춘천에 전화를 했다
엄마가 보는 단골프로를 모처럼만에 보고는
모니터를 할 양...
"엄마! 아저씨 인상 참 좋지..."
"좋아 보이디? 그런대도 여자 속썩이잖어~"
"낵보기엔 와이프한테 잘 해주는거 같은데 몰~"
"그 속을 누가 알어~"
엄마의 푸념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속을 누가 알어"의 뜻은 TV 속 오늘의 주인공의 뜻보다는
엄마의 한(?)이 그대로 담겨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모처럼 두분만 계시다는 말을 듣고 놀러 오시라고 했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고 맛있는 식사대접에 밀린 이야기도하고
아빠흉도 같이 봐 드리마고....
젊을적엔 그리도 다정하시던 두분
많은 어려움을 겪고는 서로 그 탓을 조금씩 미루시더니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그래서 예전같지 않은
두분을 보며 안타깝고 걱정스럽기도했다
부모가 나이가들면
자식도 부모걱정을 해야하는게
어쩜 너무나 당연스러운 예기지만 처음엔 그것조차 힘들었다
이제는 제법 엄마아빠의 중재역활도 하고
두분 사이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는 가끔 나를 찾아주신다
엄마와 다투시고는 훌쩍 차를 가지고 나를 찾아오시기도하고
오시면 사위와 술한잔 하시면서 당신의 시름을 풀어 놓으셨다
그리고 돌아가시면 한동안 엄마목소리에서 냉기가 흐르지만
난 그래도 그몫을 해낸다
엄마도 아빠도 두분다 나를 낳아주셨으니까....
오늘은 두분이 함께 오신다고 하니 더 좋다
두분이 오시면 시원해진 거실에서
엄마아빠가 가지고 오실 옥수수를 먹으며
영화 "I am sam"을 함께 봐야겠다
그리고 저녁을 서둘러 맛있게 지어 들여야지
밤이되면 식구들 모두 공원으로 산책이라도 나가
시원한 밤바람에 옛날 이야기도 좀 하면서
잠시 두분들이...
그래도 건강하게 잘 살아오신 날에 대한
감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좋은 딸이 되어드려야겠다
예전에....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것이 가슴 셀레이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사랑하는 부모님을 기다리면서도 설레이는 가슴 벅찬 그일
그것은 사랑보다도 더 나를 감동시키는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그러한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