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틀전부터 난 아들과의 싸움에서 거의 밀려나기 시작했지요
그리도 순한 양 이던 아들녀석이 그렇게 마구잡이식으로 밀어 붙이는데
나에게도 한계라 오더라 그말입니다
그만큼 그녀석도 죽어라 그 일이(학원가는)싫다는 거겠죠
생존권(?)을 위해 파업을 일삼는 사람들의 의식과 거의 맘먹는 수준이더라구요
그래 남편에게 엇저녁에 제안을 했습니다
이제 그만 백기를 꺼내자고....
수요일은 4교시
아들이 올 시간에 안오는 겁니다
요즘은 애가 5분이라도 늦으면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하죠
한참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아들은 안오고 전화가 오대요
친구집에 있다는 아들....
헐!~
내가 아무리 백기를 들었다고 아이앞에서 달랑 백기를 흔들 순 없는거잖아요
왜 거기있야고 물었지요
청소하고 친구랑 같이 친구집에 갔다는 겁니다
청소는 왜 했냐니까 숙제를 안해갔다는겁니다
그러고는 태평스럽게
"엄마 나 놀다가면 안돼?"이러더라구요
그 순간 난 왜 갑자기 아들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건지...
"돼!!!..놀다와"
"..어?"
혹시나 하고 물었는데 이 얼마나 감동스런 엄마의 목소리냐 이거죠
"놀다오라구~~실컷놀다가 와 알았니?"
"진짜..?"
"그래.."
아들의 쭈뼛쭈뼛한 반응이 전화기 너머로 보이는거 같았어
내 뱃속이 가뿐해지더군요
그건 무슨 소화불량에 걸렸다 약을 먹고 금새 반응이 오는 신체작용 같은 거였어요
그래..
나 처럼 울 아들도 소화불량에 걸린거였어요
배가 아파 먹지도 못하는 소화불량에 걸린 아들에게 이것 저것 맛있다며
먹으라고 떠 넣어주는 꼴이였죠
누렇게 얼굴이 뜨고 아이는 하루하루 의욕없이 살아가는데 그저 좋은 음식이라며
이것만 먹으면 다 낫는다고 억지로 꾸역꾸역 먹이고 싶어하는 미련한 엄마의 모습
자유를 부르집으며 내 아이에게만큼은 최고의 자유를 누리게 해 주겠노라고
큰소리쳤던 불과 몇달전의 내가 아들을 그 감옥같은 학원에 보내면서
얻는 또다른 자유로움(?)
난 결코 진정한 자유를 누릴수 없는 불구의 마음을 가진건 아닌지 의아스러웠지요
생각해 봤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난 맹자엄마 체질은 못돼나 봅니다
그냥 우리아들 이대로 키울까 합니다
아니 이제부턴 내가 키우는게 아니라 그냥 지가 알아서 크라고 해야겠습니다
싫은걸 싫다 바득바득 우기는 아들 녀석을 믿어봐야죠 뭐...
오늘밤 웃는 녀석의 모습을 맘껏 바라보면서 엄마의 미련함을
슬쩍 눈감아 달라고 용기도 내어보고말입니다
낼 시험 못봐도 된다고 큰 소리도 쳐 볼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