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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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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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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맨


BY 햇반 2003-06-30


외출준비를 분주하게 마치고  집을 나설때마다 매번 브레이크가 걸린다
"열쇠가 어디갔더라..."
여기저기 한참을 뒤지다가 시간약속 늦은적도  여러번,외출을 포기할까 몇차례,
최근엔 새콤직원까지 불러 문을 잠그고 나간적도있다

대게의 경우  아파트 입주할때 현관키는 4개를 준다
몇달전 아이들에게 마치 특명을 내리듯이 
"너희들에게 지금부터 우리집을 마음대로 드나들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
 엄마가 없을때라도 출입의 자유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키는  반드시 잘 관리하도록 해야한다"

며칠동안 키를 열고 들나들며 신나하던 두녀석들 모두 키를 잃어버렸다
다시 복사를 해서 아이들에게 주었다
이번에도 키를 잃어버릴 경우에는 용돈에서 열쇠값을 제하겠노라고 엄포를 내렸다
한동안 오래가나 했더니 그것마저 하나하나 다 없어지기 시작했다

며칠전엔 열쇠문제로 아들과 문제가 생겼다
아들은  시간을 지키지 못한 나를 탓했고  난 지난 일까지 들먹여가며 열쇠를 잃어버린 
아들을 탓하고 그렇게 30여분을 싸우다가는 급기야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열쇠를 바꾸자며 
아들에게 당한 분풀이를 해댔다

그 로부터 이틀후.... 
분풀이 처럼 생긴  게이트맨쓰리가 우리집에 도착했다    
  
  게이트맨은  확실히 좋다
건망증심한 내가 외출시 열쇠 찾을 염려가 없어 좋고
아이들과 외출시간이 달라도  맘놓고 집을 비울수 있어 좋고
일일히 현관으로 달려나가지않고 리모콘으로 열 수 있어 좋고
드나들때 자동으로 문이 잠겨서 좋다
게이트맨의  역할은 우리모두의 마음을 흡족케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느날 부턴가 아이들이 불쑥불쑥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게 아닌가
하루는 안방 욕실청소를 하고 나오다 안방으로 막 들어오는 딸 아이를
만나 기절 할 뻔 한 적도 있었다
그 뒤로 아무도없는 조용한 시간이면  누군가 게이트맨 번호를 밖에서 
"삐삐" 누르는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현관을  살펴보면 아무도없고(이거무슨 공포물같다)....

사람의 출입은 최소한 집안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게 예의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남의집이든 내집이든 가거나 오거나 할때 미리  집 주인에게 
알리고 기다리게 하는 무의식속의 예절에서 우리는 기다림과 시간의 
소중함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분명 집에 있는대도 제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것은 예의가 아닌것이다
그렇담 난 버릇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어야겠지
최소한 엄마가 있을 시간에는 예의를 지킬것을....
그것이 너희를 학교에 보내고 맞이하는 엄마의 즐거움이라고....

어쩌면 아이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
익숙해져버린 습관때문에  늘 하던대로 벌컥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도 생각이있다

비밀번호를 바꾸면....?
어느날 집안에 있는 엄마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채
"띠띠" 숮자 몇개를 누르고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겠지
혹시나 자신이 번호를 잘못 눌렀나 재차 확인하고는,
그리고도 곧  문이 열리지 않을때의 그 당혹스러움의 표정

난 지금 아이들의 그 표정을 상상한다
왠지모를  흐믓한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