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민구팬티가 왜 여기있어?"
가끔 난 남편 속옷 서랍에 아이들 속옷을 슬쩍 끼워둔다
부부에게도 늘 같은공간에 공존하지만 침범할 수 없는
각자의 영역은 있다
인정해 줘야 하면서도 그것을 파괴해 버리고 싶은 양면성
또한 누구에게나 있다
아이의 속옷을 남편의 속옷 서랍에 넣으며서 난 남편의
영역으로 침범하고 남편은 내 영역에서 벗어 날수 없음을 암시한다
"어...? 그게 왜 거기 있지?"
모른체 슬쩍 넘어가지만 그것이 나의 고의란것도 모르는
남편의 굼뜬 행동에 미소가 번진다
나의 계산된 속셈이든 아니든 남편은 그저 즐거울 것이다
작은 아들의 속옷과 앙증맞은 딸이 속옷들이 가끔 자신의
눈을 즐겁게도 또는 이만큼 컸나 하는 벅찬감도 가슴깊게
와 닿을테니까
그것은 곧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전이된다
물론 나 역시 처음부터 그런 계산을 하고 실행을 한건 아니다
한번쯤은 실수로 속옷을 남편의 서랍장에 넣었을 것이고
그러다 어느날 문득 빨래줄에 빨래를 널다 아이들 속옷을 유심히 바라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마음과 그만큼 아이들이 자란 모습이 속옷사이즈로 짐작되어지니 혼자 웃음을 지어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란히 놓여진 아빠와 아이의 속옷을 상상해보라
어느 아빠인들 그것이 사랑스럽지 않을까
빨래줄에 속옷을 널면서 나란히 걸쳐있는 아빠와 아이의 속옷을보라
벌써 이만큼 자랐나 하는 마음에 어찌 흡족하지 않을수 있을까
거추장스러움을 모두 벗어던진 그 순수함의 세계
가정은 결국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
그러면서 더 가까워 지고 영역의 구별마저도 없앨 수 있는
부드럽고 하얀 속옷처럼 그렇게 서로의 옷장에 늘 함께 공존해야
하는 단단한 서럽장이어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