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은 취했다
아이들 간식거리를 잔뜩 사가지고 와서는
잔뜩 신나하는 아이 방에 누워 딸과 수다를 떤다
오늘은 뭐하고 놀았냐는둥...
오늘은 민주와 잘거라는둥...
세상에서 민주를 가장 사랑한다는둥..
예전에 나도 아빠가 술을 드시고 오면 기분이 좋았다
술에 취한 아빠의 손에는 항상 누런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술냄새를 풍기며 우리들에게 뽀뽀를 해도 하나도 싫지 않았다
그럴때 엄마는 아빠를 본체도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싫은소리 들어가며 술을 마시고 밤늦게 들어오시는 아빠가
난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신 아빠들은 유치하다!
어제보니 정말 유치하기 짝이없다
아마도 예전의 엄마도 지금의 나와 같은 이유로 아빠와 뚝 떨어저
앉아 있었을까
한동안 아이들과 요란을 떨다가...
민주가 방문을 닫고 나온다
"엄마....아빠 자~"
"어머! 그냥 자면 어떻하니?"
남편은 아무리 취해도 샤워는 꼭 하고 잔다
자다가도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자는 사람이다
아마도 남편은 새벽쯤에 다시 깨어날테고 그리고 나를 찾을 것이고
그러면 다시 잠자리를 옮겨야 하니...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민주더러 안방에서 자라고 하고 난 남편이
자는 침대 밑에 요를 깔고 잠이들었다
잠결에...
어린아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을까
맞다!!
그건 백일도 안된 갓난아기들이 한밤중에 깨어나 우유를 찾는 그
칭얼거림 그것과 흡사했다
우리집에 아기도 없고 난 무시했다
그 칭얼거림은 불이 환하게 켜지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안될
상황까지 가서야 원인을 알수 있었다
"모야?~~"
남편이 자다가 다시 일어날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요란을 떨며
불까지 밝히고 이불을 뒤적거리며 소란을 피울줄은 몰랐다
"도대체 왜그래...
뭐 잊어 버렸어?...어후~정말 짜증나~"
"껌이 묻었어...
에이~ "
가만히 남편을 들여다보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였다
이불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껌,그것까지는 봐줄만했다
불룩 나온 남편의 배 주위에 껌이 더덕 더덕 붙어있었다
어찌 웃지 않을수가 있으랴...
남편은 짜증난다며 투덜거리고 껌을 정리하는동안 나는 그 행동을
보면서 깔깔거렸다
한술더 떠서...
"당신옆에서 안잤기 망정이지..
허이구~ 어쩐지 옆에 가기도 싫더라니...히히
그러게 배는 왜 맨날 내놓고 자냐구..."
그러고는 남편배에 붙은 껌을 뜯기시작했다
껌이 고분고분 내손에 붙을리 없었다
"우리 이거 얼음으로 뗄까?
아님 자기가 냉동실에 잠깐 들어 갔다 나오던가..."
난 계속 장난을 했고 남편은 대책이 없다 싶은지
"싸우나 가자.."
허!~
내가 이좋은 새벽에 아직도 남아있는 내 잠을 나 두고 당신따라 사우나에?
지금 이시간에 가면 나도 남탕에 갈수 있나?
그럼 또 모를까...
내가 횡설수설하자 남편은 나간다
운동복을 입고는 다녀오마고 휭하니 가버린다
다시 잠을 청하기엔 너무도 멀쩡한 내 정신....
하지만 난 현관문이 잠겼는지 학인을 하고 들어와선 다시
내 남겨둔 몫의 잠을 찾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