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무를 주로 남편이 보기때문에 난 은행에 갈일이 거의없다
내 명의로 된 통장 하나가 있는데 일이 생겨서 내가 꼭 필요한
경우가 생겼다
그런 중요한 일에 나 없이 남편도 안되는 일이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뭐랄까...암튼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남편은 이런 내마음을 미리 헤아려 겉치레하듯 내통장을 만들지 않았나싶다
명일동에 있는 모모 은행으로 함께 가는 오붓한 시간들
은행에 들어서니 지난해보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머..여기 은행 맞어?
오모..너무좋다~
은행 같지가 않네 정말 좋다..."
내가 잠시 부산을 떨자 남편은 요즘 은행은 다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는 나보고 촌* 이라고했다
그날 나는 촌*이되어 촌*의 남편과 은행업무를 마쳤다
근처에 있는 피자헛에서 점심으로 샐러드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간히 촌*과 촌*남편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었지만
우린 부부였으므로 그 시선이 불쾌하지 않았다
우리를 혹시 부부로 보지 않고..?
하지만 난 오히려 그런 시선을 즐기는 편이다
그건 우리들의 모습이 부부와는 다른 어떤 매력 같은걸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버리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남편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잠실에서 촌*을 내려주고 남편은 볼일이 있다며 사라졌다
갑자기 막막해진 촌*은 제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촌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촌은 촌인가보다
촌으로 가는 버스는 20분뒤에 나타났고,
촌*은 그 촌으로 가는 버스를 허겁지겁 올라탔다
오늘도 촌*은 누렇게 변해버린 질펀한 시골길을 바라보며 촌으로의 탈출을 꿈꾼다
점심은 수제비 해먹고 저녁은 뭘 해먹을까 고민하면서
촌*의 하루가 그저 무심히 지나가는 어느 한심한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