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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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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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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딴지!


BY 햇반 2001-02-14

토요일..
괜시리 착잡한 마음에 베란다에 나가보았다
간간히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이 빨지 않고 널어둔 지저분한 빨래감처럼
여기저기 얼룩달룩,그잖아 썩 좋지 않은 기분에 속까지 안좋아 지려한다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차가 한대있었다

세차를 해볼까...
여지껏 난 한번도 남편의 차를 닦은 적이 없었다
가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남편은 내가 볼세라 미리 세차를 해오고
그런 후에야 우릴 태웠다
남편은 자신의 차를 무슨 짐차 정도로 생각하는사람 같았다
그래도 다행아닌가
가족과 함께 나갈때는 청소를 해놓으니...
하긴, 지금 이 차를 새로 뽑았을땐 꽤나 열심히 갈고 닦아 댔었다
그러나 채 일년이 지나지 않아서 곧 도루묵이 되었다

내 차 아니면 움직이지 않던 남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한건 지난 추위때
눈이 많이 오고 난후 부터였다
며칠 버스를 타 보더니 잠을 잘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한번은 퇴계원까지 가는바람에 집에 늦게 온적도 있었다
그래도 왠만하면 아침 출근길에는 자지 말라고했다
머리가 까치집이 되니까...
정 졸리면 옆에 아가씨라도 앉혀 슬금슬금 얼굴이라도 훔쳐보며 잠을 깨우라고 했다

그렇게 습관을 들이더니 요즘 부쩍 남편은 버스를 이용한다
어쩌면 고정적으로 옆에 앉는 아가씨가 생긴건지도 모르겠다
그날 오전에도 나에게 집에만 있지말고 아이들과 드라이브라도 하라며 출근을했다
주차장에 있는 지저분한 차를 보니 어디로 가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
갑자기 세차를 하고싶어졌다
이미 겉은 내가 손쓸수도 없이 지저분하게 되어 있었기때문에 내가 할수 있는 건
차 안의 물걸레질 정도였다
고무장갑과 대야에 물을 담고 나서자 민주가 좋다며 따라 나섰다

멀리서 보던것과 달리 차는 더 심각해보였다
일단 차를 뺀후 다시 넓게 주차를 시킨후에 문을 활짝열었다
바닥에 깔린 시트며 좌석 사이사이에 낀 먼지들...
뒷자석으로 가니 아이들이 명절때(그게 도대체 언제적얘기인지) 차안에서
먹던 과자 부스러기들이 군데군데 깔려있고 낑겨있고 난리가 아니였다
휴대용 청소기도 있더니 보이지 않아 손으로 그것들을 끄집에 내고 털어내고
물걸레질을 시작했다

거기서....
난 그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건 마치 남편의 범죄 현장을 보는 것처럼 옴몸에 소름이돋았다
그리고 오래전 추억속으로 나를 끌고갔다

빨간색 "프라이드"가 맘에들어 난 남편과 결혼을 했다
2년후 남편은 "엘란트라"로 차를 바꿨다
차를 바꾸면서 남편이 내게말했다
차안에 보물을 가득 담아 두었다고...
하지만 "프라이드"는 이미 남의손에 들어갔고 "프라이드"보다는 "엘란트라"가 더
좋았기 때문에 보물 같은건 필요없단 생각이들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난후 남편은 이번에는 "무쏘"를 뽑았다
그때도 남편은 보물예기를 했다
아마도 자기차(엘란트라)를 산 사람은 그보물 때문에 행운을 얻을거라고했다
..............

난 오늘 남편의 보물을 만났다
남편의 운전석 시트아래부분에(정확히 왼쪽 가장자리)남편이 말하던 보물들이
올망졸망 붙어 있었다

코딱지!!!
그건 분명 남편이 차만타면 후벼파던 아주 오래된 코딱지였다

어쩜 보물은 차안뿐만 아니라 우리집 여기저기 붙어 있을지지도 모른다
행운(?)으로 알고 잘 보존하며 살아야 하는지,아니면 오늘부터라도 그 보물들을 찾아내어 하나씩 떼어내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