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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


BY 제프 2009-03-12

지난달 말 즈음,,,
부산에서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

그전부터 알고지내던 과부 호래비방의 여자회원이 한약을 부친것이다.
호래비사정 과부가 안다고,,,,무더운 삼복날 혼자서 고기도 못챙겨 드셨을텐데
기운이라도 차리라며 손수 여러가지 좋은 약재를 섞어서 보냈다고 한다.

방년 39 세의 부산사는 과부 한의사다.

3 년 전 싱글방 카페에서 내글을 읽고,  내글만 쫒아 다니더니,,
가끔 이렇게 비싼 한약을 손수 택배로 보내주곤 한다.

이름도 몰라,,성도 몰라,,
전번도 몰라,,,얼굴도 몰라,,

그냥 그녀 말대로 순수한 펜 이길 자청한다.
전 남편에게 어찌나 호되게 당했는지,,
남자라면 이가 갈린다고 한다.

한번 달라는 소리도 안했고 그녀역시 줄 생각도 없는 그냥 온라인상 안부만 주고받는 사이다.
그래도 나를 위해 손수 한약을 처방하고 일부러 택배까지 보내준 성의에 늘 머리숙여 고마워 하고는 있다

한동안 집에를 못들어 가다가,
요새 며칠 집에 있으면서 한약을 하나씩 먹어봤다.

식후 30 분에 한봉씩,,따땃하게 데펴서 먹으라고 했다.
맨처음엔 그냥 텁텁하고 쓰기만 하더니,,

이틀 지나니깐,,
그짜게가 불끈 거린다,,

가뜩이나 시도때도 없이 꿈틀 거려서 일상생활이 불편한데,,,,ㅠㅠ
그러나 한약의 부작용은 다른곳에 있었다.
집에서 특별히 할일이 없으신 아버지가 늘 내뒤만 쫓아 다니신다...

렌지용 그릇에 한약 한봉 뜯어놓고 데피기 버튼 살며시 눌러본다,,

바로그때,,

- 너 뭐먹냐?..
- 아무것도 아니에욤,,,,

한참 있다가,,

- 이거 한약 냄새 아니야?...
- 아니에요,,제가 까스명수 먹었어욤,,,,ㅜㅜ

긴가민가,,,고개만 갸웃 갸웃 거리시는 아버지,,
아무래도 눈치를 채신것 같다...

싸가지가 닥광색 이라고,,
귀가 어둡다고 보청기 하나만 해달라고 하는데도 못들은 척,,
이 가 없어서 음식을 씹을수가 없으니 틀니 하나만 해달라고 해도 못들은척,,,
가까운 바다라도 구경한번 시켜달라고 여름내내 조르셔도 못들은척 하던 놈이,,

아버지 몰래,,,
한약을 데펴서 처 먹고 있다...

일평생 아버지 영양제 한알 안 사다줘본 넘이,,,,
힘쓸곳도 없는넘이 도대체 어쩌겠다고 한약을 시간맞춰 따박 따박 먹는지,,,,,
분명히 부산사는 과부 한의사가 식후 30 분에 한번씩 뜨겁게 데펴서 먹으라고 했는데,,

요새는 아버지 눈치 보느라,,
그냥 차가운걸 베란다 구석에서 홀짝 거리며 입안에 털어넣고 있다....
그리곤,,,아무것도 안먹은것처럼 손등으로 입 주위를 싹싹 훌터낸다.

건빵 2 봉지 먹고 물 안마신것처럼 어찌나 명치끝이 눅눅 하던지,,,

아아~.

자식도 품안에 있을때 자식 이라고 하더니,,,,
지금 내꼴이 그짝 이로구나.....

내일부터 신문도 돌리고,
우유도 배달해서 아버지 보약 한재 지어드려야겠다..........




  어릴적부터 충효 사상이 남달랐던 은근히 차칸 제프,,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