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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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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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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


BY 제프 2009-02-22

거실 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마루라고 하기엔 낯설은 식탁 옆 조그만 공간에서
부모님이 주무신다.

아버지는 소파에서,,
어머니는 고딩된 손주넘과 맨바닥에서,,,,


물 한잔 마시려고 해도,,
화장실에 들르려고 해도,,,
부모님 깰까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지난주에 시골 이모님에 계시던 외 할머니가 오셨다.

급하게 옥매트 준비하고 안쓰던 솜이불까지 꺼내어서 어머니가 안방을 내주셨다.

한국 나이로 90 넘은지가 오래된 나의 외 할머니,,
벌써 20 년 가까이 노환과 히스테리성 치매로 친척들을 힘들게 하신다.

죽기전에 큰딸 보고싶어 한다는 핑계로 막내이모가 손수 차에 태워서 우리 집에다 놓고가셨다.

저녁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막내이모 얼굴에서 왠지 모를 환한 미소를 보았다.
몇년동안 앓아왔던 사랑니 뽑아낸 사람처럼,,,개운해 하는 그 표정,,,


법 없이도 살아갈 나의 이모들,,
모두들 친정 엄마라면 자다가도 깨어나던 착하디 착한 우리 이모들,,
그러나 이제는 할머니를 서로 안 모시려고 한다.

친정 엄마 모시는 문제로 가끔가다가 말다툼도 하고 안보이게 편도 갈라진 모양이다.

90 이 넘어서 몸땡이 여기저기 안아프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거늘,,
조금만 아프다 싶으면,,전국 딸들한테 사방팔방 전화해서 찾아오라고 난리법석 이시다.
감기만 걸려도 죽을 병이라며,,오늘 안보면 숨이 넘어갈것 같다며 호들갑 떠신다.
왠만한 요양시설이나 노인전문 병원 같은데는 가려고도 하지 않으신다..
크고 깔끔한 병원의 독방생활만 원하신다.

가끔가다 발작을 일으키면,,
간병인에게 손찌검도 하고 병원 기물도 파손하신다.
딸들에게 욕도 하고 이간질 시키며 없는소리도 잘도 지어내신다.
이틀 간격으로 정신이 왔다갔다 하신다.


매달마다 자식들이 일정한 금액을 걷어서 병원비를 충당하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3 개월째 돈을 못 부쳐주었나보다..

많이 힘들고 지쳐있던 이모들이 큰언니인 어머니한테 돈 독촉 하는소리를 몇번 들었다..

결국 돈을 안낼거면 어머니라도 모시라며 반 강제적으로 외할머니를 놓고 간것이다.
사는거 다 힘들다며 언니만 편의 봐줄수 없다는게 제일 목소리 큰 막내이모의 주장이다.

방 두칸에 잠잘곳도 마땅치 않고,,
먹는것도 잘 해드릴수 없는데,,,병세가 더 심각해지면 어떡하냐는 어머니의
하소연도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세달 가까이 생활비를 못갖다드린 죄인으로 나는 아무소리도 할수가 없었다.



외 할머니는 밤새 기침하시며 잠을 통 못 이루신다.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면 한시간 이상씩 나오시지도 않는다.
매번 밥상도 따로 차려야 한다.
끼니때마다 할머니만의 특별식으로 준비를 해야한다.
귀가 어두워서 안들린다며 리모콘 볼륨을 최대한 올려놓고 내용도 모르는 티비를 보고계신다.

75 세 되신 아버지만 장모와 이야기를 나눌 뿐,
아무도 외할머니 곁에 가려고 안한다,,

물론 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서로 귀가 어두워서 딴소리들만 하신다.


세상이 변한건지,,
돈이 웬수인지,,

참으로 웃기는 시추에이션이다,,,

그 어느 누구가 부모 오래살기를 바라지 않겠냐마는,,
어머니나 이모들은 외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시기만을 바란다.
15 년 까지는 모두들 아무말 없더니,,
이젠 다들 지쳤나보다.

사람이 너무 오래살아도 추하다는걸 요새와서 자주 느낀다...
움직일 여력도 없고 생각도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돈 없는것도 서럽고,,아무 대책도 없이 늙어만 간다는것도 서글픈 현실이다.

내 어머니가 치매에 안걸린다는 보장도 없고,
나역시 늙고 병들어 갈것이고,,,
나는 그때 어떻게 할것이며
모든걸 보고 자라고있는 나의 아들은 또 어떻게 할까,,,,,

허리도 안좋으신 어머니가 맨땅에서 잠못자고 뒤치락 거리시는게 너무도 안타깝다.
저러다 한숨도 못자고 새벽이면 기도하러 교회에 가실것이고
이른 아침 준비해놓고 손주넘 학교 보낼것이고
집안 치운다음,,,,아버지 밥상 차리고,,,,
그리고 늙고 병든 친정엄마 수발 들 것이다...

환갑때까지 치매걸린 시어머니 대소변 다 받아가며 시집살이가 끝난줄 알았더니,
70 된 지금에는 친정엄마를 간호 하고있다.
기구한 팔자라는게 이럴때 쓰는말 아닐까....

어머니가 나를 보며 아무말 못하고 원망의 눈길을 주실때,,
정말이지 작년 봄에 중국으로 못떠난게 후회막급이다.
차카게 사는게 무슨소용이며 나는 왜  이다지도 돈을 못버는 것일까...

멋드러진 승용차에 근사한 애인도 필요없고,,

그져 방세칸짜리,,
그것도 안방에 화장실 딸린 아파트에 한번 살아보고싶다.....

난 일평생 마루에서 자도 좋으니,,
부모님과 할머니,,,그리고 사랑하는 아들넘 방한칸씩 만들어주고싶다.

외할머니는 안방에서
어머니는 마루에서,,
나는 아들 방에서,,

서로 셋은 무슨 생각을 하며 잠못자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