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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털


BY 제프 2009-02-16

며칠전 비 온 뒤로 날씨가 허벌라게 추워졌습니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 이라고 좀 여유롭게 사는넘들은 이바구 하지만
없이사는 사람들 이야말로 추울수록 걱정거리가 태산입니다.

동네가 후져서 그런지 다른곳 보다  바람도 심하고 세포 깊숙히 파고드는
칼 바람이 서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특별히 하는일이 없어도 외출은 해야 합니다.

옷장 뒤져봐야 맨날 그 옷이 그 옷 입니다.
좀더 야무지고, 좀더 보온 잘되는 점퍼 찾느라 뒤적뒤적 거리고 있었지요.

- 아빠,,이거 입고 나가요.
- 오잉?..왠 옷이냐?

마누라가 출근하는 신랑 수트 입혀주듯,,
아들넘이 두터운 점퍼 하나 들고 서 있습니다.

점퍼에 모자도 달려있고,,앞 부분엔  짐승털이 수북히 박혀 있었습니다.
(오메,,내 털 보다 더 부드럽고 촉촉하넹,,)

엉겁결에 입어보니 두터우면서도 포근합니다.

더우기
쟈크를 올려보니 짐승털의 따스함이 저꼭지 까지 데펴주듯 무척이나 부드럽습니다.

참으로 이상하지요

전 아들놈 옷 사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습니다.
물론 내 옷도 안사입지만 ,집안에 어떤 옷 있는가는 내가 더 잘 아는데 이 점퍼를 처음봤다니...


- 이거 어디서 났니?.

- 히히,,아빠 입어,,,내 스타일 아니야.


써글럼,,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모델같은 몸매를 들여다 보고 있었지욤
  (죄송합니다 포르노 모델 입니다,,ㅡ..ㅡ)

한참을 쳐다보시던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십니다

 - 어저께 지 어멈이 주고 갔나보더라...같이 입어라,,잘 어울리는구나


헉,,,,지 어멈?.

일평생 양육비는 안대줘도 한달이나 두달에 한번씩 아들을 만나러 오는 옛 마누라.

날씨가 겁나 춥다보니 그래도 꼴에 생모라고 지 아들넘이 측은해 보였는지
입고있던 점퍼를 벗어주고 갔나봅니다.

소문에 듣자하니 몸이 아파서 일도 못하고 쉬는모양인데  오죽하면 입던걸 벗어주고 갔을까요....

그걸 벗어주면서 얼마나 또 나를 욕을하고 갔을까요
애 한테 옷도 한벌 안사입힌다고,,

그걸 벗어주고 지는 또 무얼 입고 갔을까요,,,이 추운 날씨에..

아는 사람은 잘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울 가족들의 싸이즈,,,,

네 ~..셋다 비슷합니다,,,덩치가.

옛 마누라는 181...아들넘은 183....저는 178..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눈썹이 젖어 오려고 하더군요.

생모는 추위에 떠는 지 아들이 불쌍해서,,
어린 아들은 애비가 입고다니는 꼴이 안스럽게 보여서

그렇게 그렇게

서로 서로 벗어주고 입혀 줍니다...........


크하,,

저 멀리 캄보디아 난민들 이바구도 아니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 셀프 카메라도 아니요,,
왠 지지리 궁상들인지,,ㅠㅠ


내속도 참 밴댕이지,,

좀전까지만 해도 포근하고 감촉 좋던 그 토끼털 점퍼를 ,,,
옛 마누라가 입던 거라는 한마디에 슬그머니 벗어놓습니다.

그리곤 맘속으로 다짐 했습지요...

닝길,,,
올겨울엔 하늘이 두쪽나도 비싼 점퍼 2 개는 꼭 사고만다,,,,,,,,,불끈,,,
 (그짜게 불끈 아닙니당,,ㅡ..ㅡ)


 
 
 
   오리털 잠바만 8 년째 입고 다니는 원호대상자 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