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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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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122 - 개구리 수난시대


BY 박예천 2013-09-09

           

               개구리 수난시대

 

 

 

 

바닷가마을에 사는 유뽕이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연 속에서 친구를 만들며 지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산나물 뜯으러 가면, 혼자서 나뭇가지를 흔들며 놀지요.

계곡에 물고기와 다슬기를 잡고 있는 엄마, 아빠 곁에서 돌멩이 집어 물수제비도 뜨곤 합니다.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두려움 없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잘 지냅니다.

이제 농사를 짓는 엄마, 아빠 덕분에 유뽕이 놀이터는 금화정 밭으로 바뀌었답니다.

주말이면 간식거리 싸들고 일하는 엄마를 따라 밭에 갑니다.

풀 뜯는 엄마도 디지털카메라에 담고 아빠 모습도 찍어줍니다.

가끔 흰 구름 피어나는 하늘이나, 초록색 콩잎을 화면가득 찍어놓기도 합니다.

논배미 건너 이장님 댁 축사에서 배고프다며 울부짖는 누렁이 황소를 모델로 삼는 날도 있지요.

 

요즘 유뽕이는 새로운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점점 황금들녘으로 변해가는 논길을 따라 노란 자전거 타고 씽씽 달리던 것도 이젠 시들해졌나봅니다.

얼마 전부터 개구리 친구를 새로 사귀었네요.

코딱지만큼 작은 하루살이나 날개달린 잠자리만 봐도 기겁을 하며 도망치는 녀석이 개구리나 뱀은 잘도 만집니다.

배추고랑사이 무성해진 잡초를 뽑느라 고개 숙인 엄마의 귓가에 녀석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야! 이놈의 새끼야, 조용히 안 해?”

드넓은 밭 위에 달랑 세 식구뿐인데 누구보고 고함을 치는지 처음엔 좀 의아했지요.

설마 유뽕이가 아빠에게 그런 쌍욕을 할리는 없고요.

혼잣말이겠거니 다시 풀을 뜯으려는데, 자꾸 다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움직이지 마! 또 떠드네, 똑바로 안 서있을 거야?”

좀 전보다 커지는 목소리에 엄마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유뽕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와봅니다.

컨테이너하우스 부근에서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았나본데, 그걸 손바닥에 올려놓고 훈련(?) 중입니다.

 

 

 

이제 입대한 말단 군인인지 제식훈련도 시킵니다.

“차렷!, 우향우!, 좌향좌! 앞에 봐야지!”

불쌍한 개구리!

독사(?)같은 유뽕조교를 만나 엄청나게 고생중입니다.

무슨 특공대원도 아니고 훈련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손바닥에 쥐고 눈을 부릅뜨던 것에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물뿌리개 끝부분까지 분해해서 개구리를 가두네요.

도망가지 못하게 해놓고 한 쪽 눈으로 구멍을 들여다보며 고함치고 있습니다.

지켜보던 엄마는 웃음도 나고 흥미롭기도 해서 말을 건네 봅니다.

“유뽕아! 개구리 이름이 뭔데? 유뽕이가 만들어줘야겠다. 뭐라 할까?”

“개구리요!”

“아니. 우리 강아지 견우처럼 이름 지어주자! 뭐라고 부르지?”

“전개우!”

아하! 정말 웃긴 이름입니다. 유뽕이 동생인 흰둥이 강아지이름이 ‘견우’니까 개구리는 ‘개우’랍니다.

이름까지 얻은 개구리병사는 더욱 호되게 유뽕조교로부터 박살나고 있습니다.

“야! 전개우! 일어서!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했을 말들을 전부 개구리에게 쏟아내는 중입니다.

어쩌다 재수가 없어 유뽕이 놀이망에 딱 걸린 개구리.

고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다시 호미를 들던 엄마는 목이 말라 유뽕이에게 심부름을 시켜봅니다.

“유뽕아! 마을회관 수돗가에서 생수병에 물 좀 받아올래? 엄마가 물 먹고 싶어!”

같이 놀던 전개우군도 데리고 갈 모양인지 물뿌리개 끝부분에 담아 들고, 생수병까지 챙기느라 손이 복잡합니다.

“유뽕아! 개구리는 두고 가야지!”

엄마의 말에 마지못해 개구리를 두고 물을 떠옵니다.

수돗가를 찾지 못해 헛걸음 하고 다시 엄마랑 동행해서 물 떠오느라 시간이 흘렀지요.

그 사이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개구리가 탈영을 시도한 것입니다.

비어버린 물뿌리개 끝부분 들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눈물 글썽이는 유뽕이를 안심시키느라 엄마는 하던 일도 중단하고 녀석 먼저 달랩니다.

“저기 가서 다른 개구리 있나 보자! 엄마가 찾아 줄게!”

밭두둑 풀 섶을 헤치며 아들과 둘이 철부지 시절로 잠시 돌아가 개구리잡기에 나섰습니다.

잠시 후, 톡톡 튀며 나타난 개구리.

“유뽕아! 요기 있네! 네가 잡아봐!”

운동신경이 둔한 유뽕이를 놀리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 개구리입니다.

쉽게 잡히지 않으니 녀석은 커다란 체구로 징징거립니다.

개구리를 따라다니며 계속 하는 소리.

“아휴! 내 개구리! 내 개구리 어디 있어?”

그냥 개구리도 아니고 ‘내 개구리’라며 자기 소속을 분명히 해줍니다.

돌 틈에 숨었다가 다시 튀어 오르고, 철쭉꽃 가지사이에 붙으려는 순간 커다란 유뽕이 손안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운이 나쁜 개구리는 새로운 ‘전개우’가 되었습니다.

 

점심 먹고 밭에 나와 저녁밥 지을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유뽕이는 개구리부대 조교가 되어 지루하지 않게 놀았답니다.

찬바람이 불고 땅속에서 동면하게 되기 전까지는 개구리 수난시대는 계속되겠지요?

 

죽이거나 해치지 않고 놓아주니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엄마는 개구리들한테 많이 미안해집니다.

울 아들만 흥미롭게 해주느라 이기심에 절어버린 엄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개구리들! 고통과 불안감을 조성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유뽕이의 친구가 되어주어 정말 고마워!

내년에도 계속 우리 밭에서 살기! 이사 가기 없기!

 

 

 

2013년 9월 7일

개구리와 놀고 있는 유뽕이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