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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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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118 - 우리엄마


BY 박예천 2013-07-19

 

                          우리엄마

 

 

 

유뽕이 말투를 들어보면 엄마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눈빛하나 표정하나 전부 엄마입니다.

강아지 견우를 쓰다듬으면서 하는 말 속에도 엄마의 억양과 음색이 그대로 들어있지요.

“아이구, 이뻐라! 우리 견우 착하지?”

엄마가 유뽕이 다독이며 해주던 말들이 견우를 향한 칭찬메시지로 바뀝니다.

옆에서 물끄러미 지쳐보고 있노라면, 저렇게 해서라도 말이나 줄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유뽕이는 엄마 속에서 나온 알맹이가 맞습니다.

껍데기 엄마를 닮은 곳이 한 두 개가 아니거든요.

어젯밤 책상 앞에 앉은 녀석의 펑퍼짐한 등짝 한 번 두드려주다가 양 팔을 봤지요.

세상에나! 여드름이 온 팔에 돋아나 있습니다.

엄마도 그랬거든요. 얼굴엔 한 개도 없었는데, 어깨 아래로 양팔에만 깨알 같은 여드름이 있었습니다.

유뽕이 외할머니도 팔에만 여드름이 났었는데, 녀석이 엄마를 닮았네요.

대단한 것도 아닌데, 녀석에게서 엄마의 흔적이 보인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다시보고, 훑어보고, 찬찬히 살펴봐도 엄마아들은 정말 훌륭한 선물입니다.

 

오늘은 선뽕이 누나 생일입니다.

외숙모가 보내주신 케이크 쿠폰을 이용해 작은 것으로 두 개나 샀지요.

누나는 치즈케이크를 좋아하고 유뽕이는 초코케이크만 찾습니다. 망설이다가 둘 다 사기로 했습니다.

유뽕이 녀석은 어젯밤 잠들기 전 하는 기도에서도 그 얘길 합니다.

“하나님! 내일은 금요일이예요. 초코케이크를 먹어요!”

평소에는 깨워도 짜증만 내던 녀석인데 엄마의 한마디에 벌떡 일어납니다.

“유뽕아! 초코케이크 준비 됐어요!”

간단하게 미역국만 끓여 준비한 식탁위엔 케이크만 두 개입니다.

누나 것에 촛불 열여덟 개를 꽂았다가, 유뽕이 케이크가 허전해 보여 엄마는 초 간단 이벤트를 보입니다.

“자, 여기! 유뽕이도 촛불 한 개 불어봐!”

누나 것에서 한 개를 뽑아 유뽕이 케이크 중간에 세워줍니다.

거의 독창처럼 유뽕이가 생일축하곡을 외치고 촛불까지 시원스레 껐지요.

조각내어 접시에 담아주려는데, 유뽕이가 엄마를 향해 하는 말.

“우리엄마! 포크 좀 주세요!”

젓가락만 고집하고 포크사용은 죽어라고 싫어했는데, 웬일이냐 하면서 갖다 주었습니다.

조금 먹다가 엄마에게 또 말합니다.

“우리엄마! 물 좀 주세요!”

이 녀석이 꼭 ‘우리’라는 말을 엄마이름 앞에 붙여서 자꾸 뭔가 주문하네요.

단순한 엄마는 아들이 붙여준 최고의 수식어 ‘우리’가 좋아 몇 번이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아드님의 심부름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기에, 이제 밥 수저 좀 들어볼까 미역국을 떠먹는데, 유뽕이녀석 한참동안 엄마만 보더니 하는 말.

“와! 우리엄마 진짜 잘 먹네요!”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높이 세우는 겁니다.

밥 잘 먹는다고 아들한테 칭찬받는 엄마는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지요.

엄마보다 식사를 먼저 끝낸 유뽕이가 “엄마, 잘 먹었습니다!” 하더니 엄마 등 뒤로 갑니다. 뭘 하려나 궁금했지만 별 신경 안 쓰고 있는데, 갑자기 양손으로 엄마 어깨를 주물러주네요. 그러더니 또 하는 말.

“우리엄마! 어깨가 시원하지요?”

무슨 속셈으로 아부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큼지막한 손으로 어찌나 꽉꽉 주무르는지 시원하다 못해 아플 정도였습니다.

설거지 할 때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옵니다.

“와! 우리엄마는 설거지 진짜 잘하네요!”

그것뿐이 아니지요. 다림질 하는 순간에도 한마디 끼어듭니다.

“우리엄마 다림질도 잘해요!”

낼 모레 오십 나이 먹는 엄마를 향해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까지 해주는 배려 깊은 아들이지요.

 

엄마는 정말 유뽕이의 거울인가 봅니다.

녀석이 전부 따라하고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언어치료실을 2년 동안 다녔지만, 한마디 말도 늘지 않았지요.

뒤늦게 입이 열리고 나오는 말마다 엄마가 유뽕이에게 듣든지 말든지 해주었던 말들이었습니다.

“와! 우리 유뽕이 참 잘하네!, 역시 우리 아들이 최고야!”

엄마가 했던 말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던 모양입니다. 이제야 하나씩 꺼내어 엄마에게 들려주고 있네요.

 

‘우리’라는 그 말.

듣고 있으면 포근한 울타리로 그려지는 참으로 결속력 있는 단어입니다.

유뽕이 마음속에도 ‘우리’라는 말이 따뜻하고 좋은 말로 각인되었나봅니다.

틈만 나면 엄마에게 써먹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우리아들 유뽕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있답니다.

언제 또 불쑥 튀어나와 거실에서 자판 두드리는 엄마를 향해 외칠지도 모릅니다.

“우와! 우리엄마 컴퓨터 진짜 잘하네요!”

 

 

 

2013년 7월 19일

우리아들에게 칭찬(?)받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