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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109 - 그림실력


BY 박예천 2013-04-12

 

                    그림실력


 

 


 

일주일에 두 번, 유뽕이는 미술학원 갑니다.

월요일과 금요일 하교 후 집 앞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다 오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다녔는데, 특별한 소질보다는 녀석이 좋아해서 선택한 것입니다.

마음껏 그리는 순간만이라도 제 속내를 표현해보거나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오늘은 엄마랑 손을 잡고 미술학원 원장님과 상담 하러 가는 날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가던 것을 하루 더 늘려 세 번으로 해주십사 신청할 생각이거든요.

아들과 둘이서 걸어가며 엄마가 물어봅니다.

“유뽕아! 이제 미술학원 세 번 가자! 월, 수, 금...., 어때?”

“싫어요! 두 번 가요. 월, 금!”

정해진 틀만 고집하는 녀석의 성향을 알기에 엄마가 잘 설명해 줍니다.

“유뽕이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지? 더 잘 그리는 형아 되라고 세 번 가는 거야!”

“네에! 잘 그리는 형아 될 거예요!”

그저 뭐든 형아가 되는 것이라면 만사 땡입니다.


집근처로 미술학원을 옮긴 뒤, 처음 방문하는 것입니다.

빈손으로 가기엔 손이 부끄러워 선생님들 드실 믹스커피 한 상자를 샀습니다.

입구에 도착하여 2층 계단을 오르려는데, 게시판 가득 큼지막한 그림들이 붙어있습니다.

학원생들의 작품인가 봅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그림이 있어 엄마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지요.

“우와! 유뽕아, 저거 봐. 진짜 잘 그렸다 그치?”

호들갑 떠는 엄마와 다르게 녀석이 무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거의가 초등생들로 바글거리는 시간입니다.

그중 유뽕이만 아저씨처럼 목소리 굵고 키가 크네요.

원장선생님과 여러 이야기와 상담을 마치고 나서려는데, 갑자기 아들의 그림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저어....선생님! 울 유뽕이 그림 좀 볼 수 있나요? 집에선 도통 그리는 걸 못 봐서요. 여기서는 제대로 하는지요?”

“어머! 들어오시다 못 보셨어요? 유뽕이그림 밖에 붙여놨는데.....,”

“네에..., 그림 여러 개를 보기는 했는데요. 어떤 걸 유뽕이가 그렸는지 모르겠어서요.”

“아하, 제가 알려드릴게요!”

원장선생님이 다시 밖으로 나오시며 그림 하나를 짚어주십니다.

“어머니! 여기 이거예요. 유뽕이가 그린 건데, 전래동화 속 그림이죠.”

듣고 있던 엄마는 깜짝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방금 전, 학원으로 들어서며 유뽕이에게 잘 그렸다고 감탄했던 바로 그 그림이더군요.

 


(엄마휴대폰이 고물이라 화질이 엉망이네요...ㅠㅠ)

 

색깔도 얼마나 꼼꼼하게 칠했던지 엄마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우와! 이걸 진짜 유뽕이가 그렸다고요? 색도 저 녀석이 직접 칠한 게 맞나요?”

엄마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몇 번이고 원장선생님께 확인을 합니다.

“맞아요. 어머니! 저 그림 칠하는 오랫동안 몰두를 해서 저도 놀랬어요!”

순간, 엄마는 창피한 것도 잊은 채 선생님의 손을 부여잡았습니다.

“어이구!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단번에 알아듣는 말도 유뽕인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녀석을 찬찬히 설명하고 기다려 주신 선생님의 노고가 전해졌지요.

이렇게 두루두루 주위에 좋은 분 만나는 행운이 유뽕이에게 또 찾아왔네요.


집에 돌아와 엄마는 유뽕이가 대견해 물어봅니다.

“유뽕아! 너 이담에 화가가 될 거야?

발끈하며 큰 목소리로 답을 합니다.

“싫어요! 치과의사 할 거예요!”

“그래. 알았어! 그럼....., 그림 잘 그리는 치과의사하면 되지!”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는지 빙긋 웃습니다.

 


(미술학원원장님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폼만보면 진짜 화가 같지요?^^)

 

휴대폰에 담아온 사진을 아빠에게 보여줬더니, 새로 지은 2층 벽에 붙이자고 하네요.

아래층 빈방에 유뽕이 화실을 만들어 주고 이젤도 사주겠다며 벌써부터 아빠의 공약이 남발됩니다.

발전을 거듭하는 유뽕이의 그림실력 덕분에 엄마와 아빠는 기세 등등 힘이 납니다.


이래저래 잘난 아들 덕에 오늘도 팔불출 엄마가 되었네요.




2013년 4월 12일

유뽕이 그림실력 보며 감탄하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