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잘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
엄마도 유뽕이에게 자신감 실어주기위해 매사에 넘치는 칭찬을 했습니다.
남기지 않고 밥 다 먹으면, 잘 먹었다!
스스로 양치질 하면 녀석이 기특해서, 참 잘했네!
학교 다녀와서 벗은 옷과 양말을 세탁기에 넣어도, 형아니까 정말 잘하네!
격려차원에서 시작한 것인데, 아무래도 유뽕이에게 지나치게 칭찬멘트를 날렸나봅니다.
과도한 엄마의 칭찬세력을 힘입어, 요즘 녀석의 칭찬이 사방에 남발되고 있습니다.
변기에 앉아 한참이나 힘주고 난후, 화장실을 나오면서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유뽕이가 똥을 뿌지직, 뿌지직 잘 쌌어요!”
“어...., 그래 잘했네!”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지나가는 말로 ‘잘했네!’라고 했지요.
그러고 보니 엄마가 더 문제가 있었네요.
뭐든 다 잘했다고 칭찬했더니, 녀석도 당연한 것으로 알았을 겁니다.
엊그제도 엄마 옆에 앉아 있다가 ‘꺼억!’트림을 하더군요.
곧이어 유뽕이가 한 말이 뭐였을까요?
“엄마! 유뽕이는 트림도 참 잘해요!”
하여간 별걸 다 잘한다고 떠벌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게임하며 앉아있노라면, 자기는 컴퓨터를 잘하는 유뽕이랍니다.
뿡뿡 방귀가 나오는 순간도 놓치지 않고 엄마에게 알려줍니다.
“엄마! 유뽕이가 방귀도 잘 뀌었어요!”
정말이지 이 녀석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유뽕이의 칭찬멘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집에 엄마 친구가 놀러 와서 밥을 먹을 때도 속사포 쏘아댑니다.
“ㅇㅇ이모 밥도 참 잘 먹네요!”
“어...? 이모가 정말 많이 먹지? 호호호”
겸연쩍은지 손님은 조금 미안한 음색으로 대답하지요.
밥상 미루고 과일이나 커피를 마시면 또 달려와 참견합니다.
“이모는 커피도 잘 마시네요!”
이 말 하면서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높이 추켜세웁니다.
마치 어린 아기를 달래는 표정이 되지요.
녀석의 칭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원주할아버지나, 여주 외할머니께도 서슴지 않고 말을 한답니다.
“할아버지! 텔레비전 잘 보시네요!”
“우와! 할머니 머리 참 잘 빗네!”
칭찬하는 말로 대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절이고 관심이라 생각하나봅니다.
그래도 엄마가 녀석에게 짜증이나 욕을 덜 한 것이 다행이네요.
만약 투덜거리는 푸념만 쏟아냈다면, 곳곳에 또 외치고 다녔을 테니까요.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교회에 가서도 어른들께 깍듯하게 칭찬만 하는 유뽕이입니다.
누굴 만나도 그저 ‘잘 하네요!’라고 합니다.
엄마의 오지랖 닮아서 사방팔방 참견 질을 일삼는 녀석입니다.
저나 잘 할 일이지 지켜보면 한숨만 나올 지경이지요.
방학이라 가족모두 둘러앉아 느긋하게 저녁을 먹습니다.
뽀얀 사골국물에 유뽕이 좋아하는 고기만두 동동 띄워 주었지요.
먹는 내내 역시나 수다스런 입은 쉬지 않고 종알댑니다.
“유뽕이가 만두를 정말 잘 먹었어요!”
“그래....., 제발 먹을 때 말하는 입 좀 쉬면 안 될까?”
엄마의 말이 꾸중이라도 되는지 화를 버럭 냅니다.
녀석의 눈치를 보다가 고개 끄덕이며 마지못해 칭찬했지요.
“아이구...., 우리 유뽕이 참 이쁘네. 밥도 잘 먹고, 뭐든지 잘하지요!”
유뽕이가 대답합니다.
“네에! 정말 그래요!”
기가 막힙니다. 교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이지요.
저녁식탁을 정리하며 싱크대 앞에 서서 수돗물 틀려는데,
득달같이 달려와 엄마에게 쏘는 말.
“우와! 우리 엄마는 설거지도 잘하네!”
엄마는 그 자리에서 꽈당 쓰러질 뻔하며 까르르 웃고 말았답니다.
별게 다 좋고, 별 걸 다 칭찬하는 녀석이 바로 제 아들이랍니다.
점점 넘치는 칭찬에 면역되어 정말 잘 한 일인지도 판단이 흐려지는 엄마가 되어간답니다.
사랑해요, 좋아해요, 최고예요, 잘하네요.......등등.
그래도 좋은 말만 골라하는 유뽕이.
이상! 팔불출 엄마의 수다 끝.
2013년 1월 7일
칭찬 맨 or 수다 맨 엄마 된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