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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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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92 - 목로주점


BY 박예천 2012-10-04

 

                 목로주점

 

 

 

 

선뽕이 누나는 유뽕이의 패션 감각이나 음악적인 선택폭이 전부 엄마와 아빠 탓이라며 쫑알거립니다.

몸에 꼭 들어맞는 티셔츠나 바지가 유행하는데도 헐렁한 옷만 입혀 동생스타일이 구겨진다고요.

바지도 편안하면 최고라고 고무줄바지만 입히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지요.

 

“엄마! 제발 유뽕이 옷 좀 촌스럽게 입히지 마!”

잘생긴 얼굴이면 뭐하냐며, 옷이 인물을 다 죽인답니다.

“울 동생이 착하지! 쟤가 장애가 없었다면, 엄마랑 무지 싸웠을 거야.”

하긴, 누나 말이 다 맞습니다.

엄마가 생각해봐도 유뽕이 머리모양이며 옷차림새를 실용성위주로만 챙겨주니까요.

멀쩡한 녀석이라면 엄마에게 투정 꽤나 부렸을 겁니다.


누나가 유뽕이 바라보며 혀를 차는 한 가지가 또 있지요.

바로 즐겨 부르는 노래들입니다.

대학가요제나 7080스타일의 노래만 즐겨듣는 엄마, 아빠 틈에서 유뽕이의 노래폭도 한정되어버렸으니까요.

자동차로 가족여행가게 되는 날이면, 아빠는 흘러간 옛 노래들을 틀어놓습니다.

엄마는 뒷좌석에 앉아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지요.

선뽕이 누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기노래에 흠뻑 빠져있고요.

상황이 그러하니 조수석에 앉아있던 유뽕이도 자연스럽게 입으로 흥얼거릴 정도가 되었던 겁니다.


요즘 유뽕이의 애창곡은 ‘목로주점’입니다.

아빠가 다운받아 모아놓은 곡 중에 꼭 그 노래만 반복해서 듣더군요.

나름대로 가사를 외우고 싶은데 발음이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녀석은 인터넷 검색창에 ‘목로주점’을 쳐 봅니다.

노랫말을 들여다보며 몇 번이고 노래를 시작하네요.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곁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설마 녀석이 노래가사 뜻을 다 알고 있을 리는 만무이고,

아마도 적당한 빠르기와 흥의 멜로디가 맘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유뽕이가 목로주점을 시작하면, 설거지하는 물소리에 장단을 맞춰 엄마도 콧소리로 따라 부릅니다.

아무래도 녀석을 데리고 노래방에 한 번 가야겠네요.

아들과 듀엣으로 하는 노래는 색다른 맛이 날것만 같습니다.


꼭 그렇게 이담에 크면....,

목로주점에서 더 큰 잔에 술 한 잔을 아들과 주거니 받거니 기울여보는 오랜 친구로 남고 싶습니다.

노랫말처럼 멋들어진 친구로 험한 세상 의지하면서요.


가을은 깊어가고,

마당에 샛노란 감들이 주렁주렁 익어갑니다.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옥수수알도 탱글탱글 햇볕을 담고 있네요.

유뽕이녀석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상 일찌감치 치우고 노래방에 가볼까 합니다.

아들과 단둘이 마이크 주고받으며 목로주점을 부를 생각입니다.

이러다가 환상의 듀엣이 탄생되어 가수데뷔하게 되면 어쩌지요?



2012년 9월 3일

유뽕이 목로주점에 폭 빠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