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고사축!
친정부모님께 전화를 하면 대화 끝부분에 남기시는 구호(?)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잘 지내라! 기도 열심히 하구~’라고 하시다가 마지막에 꼭 한마디를 찍지요.
“ㅇㅇ야, 미고사축~!”
문장의 첫 글자들만 모여서 새롭게 지어진 말입니다.
설명하자면,
미- 미안합니다!
고- 고맙습니다!
사- 사랑합니다!
축- 축복합니다!
이런 식으로 저와 부모님 사이에 은근히 맺어진 애정표현이지요.
짧고 간결하지만 깊은 의미가 함축되었기에, 저도 아들에게 자주 써먹습니다.
유뽕이 녀석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심하면 엄마를 향해 '미고사축! '합니다.
서울로 치료를 다닌 지도 어느새 여섯 달이 되어갑니다.
요즘은 어미 된 제 몸도 나이를 먹는지 구석구석 고장이 나서 아들 곁에 누워 침을 맞습니다.
집에 돌아올 즈음이면 파김치가 됩니다.
밤이 되면 지친 몸으로 침 몸살을 앓습니다.
엊그제도 똑같은 상황이었어요.
끙끙거리며 누워 잠을 청하는 엄마 곁에서 유뽕이가 중얼대듯 말합니다.
“ㅇㅇㅇ 엄마! 미고사축!”
“으응, 유뽕이도 미고사축!”
혼잣말처럼 읊어대며 설핏 잠이 오려는 순간, 아들이 큰 소리로 외칩니다.
“엄마, 행!”
“뭐? 행이 뭔데?”
녀석이 대답합니다.
“행복합니다!”
뒤이어 계속되는 유뽕이의 구호가 들립니다.
“감!”
“감은 뭔데?”
“감사합니다!”
한 글자씩 풀이하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대꾸를 해주었습니다.
또 한마디 글자를 내미네요.
“엄마, 수!”
“뭐라고? 수? 수는 뭐지?”
유뽕이는 뭐라고 했을까요?
“수고했습니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말합니다.
“미.고.사.축.행.감.수!”
친정 부모님보다 세 글자 더 얹어서 엄마를 위로합니다.
행복하다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며, 치료길 다니느라 수고했다는 위로까지.
물론 생각하고 정리한 말은 아니겠지만,
엄마는 녀석의 구호(?)로 인해 충분히 위로받고 따뜻해졌습니다.
모든 님들에게 저도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미.고.사.축!
2012년 7월 26일
유뽕이의 미고사축에 힘을 얻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