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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87 - 양치질 우수상


BY 박예천 2011-12-02

 

        양치질 우수상

 

 

며칠 동안 바라보는 설악산엔 하얀 눈이 가득합니다.

매일아침 학교 가는 길이면 마주치게 되는 풍경입니다.

아까운 장면을 놓칠세라 엄마는 유뽕이에게 알려줍니다.

“유뽕아! 저기 앞에 무슨 산이지?”

“설악산이요!”

“응...., 설악산에 하얗게 뭐가 왔지? 울산바위도 보이네! 어디 있지?”

“눈이 왔어요! 저기요!”

운전하는 엄마 옆에서 손가락 쭉 뻗어 앞을 가리킵니다.

설악산줄기 대관령과 미시령엔 폭설이 쏟아졌다는데, 유뽕이가 사는 아랫마을에는 연일 겨울비가 내립니다.

도로에 눈이 쌓이면 차가 움직이기 힘들어져 학교 가는 길에 애를 먹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산에만 눈이 왔지요.

어두컴컴한 하늘만 며칠 계속됩니다.

낮에도 회색빛으로 가득하고, 오가는 차들마다 눈알에 힘주며 불을 켰습니다.

 

오후가 되어 유뽕이 데리러 엄마는 천천히 운전합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의 설경이 정말 장관입니다.

참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어느새 유뽕이네 학교 앞에 도착했네요.

교문 앞에 주차하고 우산 두 개 챙겨들고는 녀석을 만나러 갑니다.

현관 앞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네요.

시커먼 때가 꼬질꼬질 묻어있는 실내화를 챙겨들었습니다.

“유뽕아! 실내화는 집에 가서 엄마가 빨아줄게!”

 

군데군데 물이 고여 질척한 운동장을 아들과 둘이서 걷습니다.

유뽕이도 우산을 펼쳐들었지만, 어째 옷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차안에 들어가 녀석의 가방검사를 합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나, 준비물이라도 있을까 해서 알림장을 펼칩니다.

녀석이 제대로 전달사항을 말하지 못해서 엄마와 선생님이 주고받는 공책이지요.

오늘은 알림장 사이에 커다랗게 삐져나온 두꺼운 종이가 있네요.

가장자리 금테가 그려진 것으로 봐서 상장 같습니다.

녀석이 상을 받을만한 무슨 명목이 있을까 엄마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장귀퉁이에 문화상품권 한 장이 클립으로 끼어져있습니다.

상장 제목을 읽다가 엄마는 혼자서 껄껄 웃고 말았습니다.

‘양치질 우수상’이랍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더군요.

‘위 어린이는 충치를 예방하고 치아 건강을 위해 양치질을 꾸준히 하여 이 상장을 주어 칭찬합니다.’

 

혼자만 웃다가 재미있는 상황을 나누고 싶어 아빠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들어나 봤나? 양치질 우수상! 오늘 울 유뽕이가 상장을 받았다네.’

아빠가 답장을 보내옵니다.

‘당신이 받아야 할 상이겠지. 골고루 상 주려고 담임선생님이 배려하셨나보다!’

 

밥 먹으면 이 닦아야 한다고 엄마는 노래처럼 유뽕이에게 말했습니다.

입에서 냄새나면 뽀뽀하기 싫다고 했지요.

유뽕이는 뭔가 시키면 정확하게 해내는 녀석입니다.

천지가 개벽을 해도 맘속에 정해진 것은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도 꼬박꼬박 양치질 했을 겁니다.

요령피울 줄도 모르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칫솔질 했을 녀석이 그려져 웃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충치도 없고 깨끗한 이를 간직하게 되었지요.

 

또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겐 별것도 아닌 일이 유뽕이에겐 상받을만한 사건이 됩니다.

오늘도 아들 덕분에 잔잔히 웃어봅니다.

상품으로 받은 상품권은 아빠에게 선심 쓰듯 건넸습니다.

효도가 별건가요?

부모 맘 기쁘게 하면 더 바랄 것 없는 것이지요.

과연 유뽕이는 기특한 효자입니다.

 

 

 

2011년 11월 2일

‘양치질 우수상’ 받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