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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84 - 손톱을 찾아서


BY 박예천 2011-10-18

 

         손톱을 찾아서

 

 

 

 

유뽕이 어릴 때 머리 깎는 일 만큼이나 힘들었던 것이 바로 손톱 깎는 것이었습니다.

기계에 민감해서 미용실도 두려워했고, 손톱깎이만 보면 울며 도망갔지요.

청소기 소리도 싫어했던 녀석입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점점 나아지는 유뽕입니다.

이젠 손톱 깎자는 엄마 말에, 아무런 동요 없이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아들의 손톱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니 좀 지저분하게 길었더군요.

주말이면 말끔하게 씻기고 마지막 단계가 손톱검사(?)였는데, 건망증 심한 엄마가 또 까먹은 것이지요.

녀석 손을 주무르며 엄마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어? 유뽕이 손톱이 너무 길어졌네. 저녁 먹고 깎아야겠다!”

그리고는 잊어버린 겁니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시간은 늘 바쁘지요.

누나와 아빠가 학교로 떠난 시간.

엄마는 유뽕이 옷과 가방을 챙깁니다.

거실 장난감장 위를 지나치려는데, 손톱깎이가 제자리에 있지 않네요.

작은 서랍장 속에 들어있던 것인데 아무렇게나 올려져있습니다.

“누가 또 이렇게 아무데나 던져 둔거야? 나중에 찾을 때 고생하려구.”

듣는 사람도 없는데 엄마 혼자서 공중에 대고 잔소리를 합니다.

 

세수 끝낸 유뽕이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고 손도 문질러 주려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녀석 손톱이 깨끗하네요.

“유뽕아! 손톱 네가 깎았니?”

“네!”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서 더욱 그랬지요.

방금 출근한 아빠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어제, 당신이 아들 손톱 깎아줬어요?”

“아니, 난 그런 적 없는데.....”

엄마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다시 녀석에게 물어봅니다.

“유뽕아! 손톱 정말 네가 깎았어?”

“네. 유뽕이가 깎았어요!”

“그럼, 손톱 깎은 거 어디다 버렸어? 어딨지?”

유뽕이는 아무데나 손가락으로 대충 가리키며 대답합니다.

“저기요!”

 

엄마는 무슨 증거물 확보라도 하는 경찰관처럼 손톱조각을 찾아다닙니다.

‘여기도 없네. 도대체 어디다 버린 거야? 참!’

갑자기 떠오른 곳이 있네요.

어젯밤 늦게까지 아빠 방에서 컴퓨터게임을 했었거든요.

눈을 가늘게 뜨고 방바닥에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우와! 이게 뭐야? 유뽕이 손톱들이 방바닥에 다 있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혼자 손톱을 깎은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튀어나간 조각들이 가득합니다.

잘 쓸어 모아 담는데, 가슴 한 구석 묘한 감동이 일어납니다.

자기 스스로 손톱을 깎을 수 있을 만큼 아들이 커버렸네요.

평범한 다른 가정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이,

유뽕이가 해내면 위대한 사건이 됩니다.

혹시라도 멀리 날아갔을까, 유뽕이 손톱조각을 눈 부릅뜨고 찾습니다.

 

가만히 녀석의 손을 엄마 손위에 포개고 내려다봅니다.

참 예쁘게도 깎았네요.

너무 짧게 깎았다는 생각이 들어 살이 좀 아프겠거니 생각합니다.

양말을 챙겨주다 보니 발톱까지도 말끔합니다.

엄지발톱은 정말 심할 정도로 바짝 깎았네요.

살을 베지 않았으니 다행입니다.

 

유뽕이를 학교에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귀여운 다육이 화분들을 정리하다가 이렇게 자판 두드립니다.

점점.....,

 

녀석을 위해 하던 일이 줄어든다는 것,

썩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네요.

자꾸 서운한 마음이 드니 어인일인지요.

 

 

 

 

2011년 10월 18일

녀석 스스로 처음손톱 깎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