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유뽕이네 반 친구들이 이박삼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봄부터 학부형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지요.
엄마는 찬성표를 내밀 수 없었습니다.
도움반 선생님이 동행하기 힘든 학교사정이라 보내기 힘들었지요.
유뽕이 때문에 자리를 비우면 도움반의 다른 장애아동들이 힘들어지니까요.
파랑새반 선생님은 걱정 말고 그냥 보내라고 하셨지만, 고민 끝에 엄마와 아빠는 수학여행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사고가 있을시, 도움반교사가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소지 문제가 염려 되었던 것이지요.
목요일 새벽.
파랑새반 친구들이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유뽕이는 1학년에서 5학년 동생들만 가는 일일 소풍을 따라갑니다.
강릉으로 버스타고 간다는 말에 들떠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엄마는 쓸쓸히 웃습니다.
“소풍 갈 때 유뽕이 뭐 싸줄까?”
“참치 김밥이요!”
역시나 채소는 쏙 빼고, 참치, 햄, 계란, 어묵만 넣으라며 손가락을 꼽습니다.
좋아하는 망고주스와 초콜릿과자도 넣었지요.
아침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친구들은 일찍 비행기 타러 떠났는데, 유뽕이는 빗속에 버스나들이를 가네요.
소풍이 취소될 줄 알았건만, 비가 오는데도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박물관 관람 등의 순서라서 그런가봅니다.
출근하던 아빠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지갑 속에서 천 원짜리를 세 장이나 꺼냅니다.
“유뽕아! 이걸루 맛있는 거 사먹어. 잘 다녀와라!”
녀석은 지폐 세 장 중 하나를 집어 들더니 누나에게 건넵니다.
남매지간 사이좋게 나눠야 한다고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녀석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정리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빗소리가 더 커집니다.
여름장마가 다시 시작되려는 듯 하늘이 난리가 났습니다.
날짜를 미룰 것이지 굳이 무리해서 가느냐고 엄마는 중얼중얼 불평합니다.
오전 내내 불안하고 맘이 편치 않네요.
도움반 선생님께 문자를 보낼까, 전화를 해볼까 망설이고 있는데 걱정 말라는 메시지가 옵니다.
실내관람위주로 활동하고 점심은 버스 안에서 먹는답니다.
그럭저럭 오후가 되고 녀석이 돌아올 시간입니다.
어느새 비가그친 학교 운동장에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이들 틈새 키가 훌쩍 큰 유뽕이녀석도 겅중거리며 엄마 곁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잘 놀았어? 유뽕이 어디 갔었지?”
몇 번이나 물어봐도 한 가지 대답뿐입니다.
“참치김밥 먹었어요!”
그저 녀석에겐 맛있는 먹을거리가 최고이지요.
친구들 따라 제주도 수학여행 못 간 것에 엄마 가슴이 아프기만 한데,
유뽕이 얼굴은 마냥 즐겁습니다.
초등학교시절 마지막 소풍이건만 파랑새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었지요.
조금은 맘 무겁던 하루였지만, 엄마는 금세 생각을 바꿉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녀석이 행복한 것에만 다시 방향을 맞추기로 말이지요.
주말연휴엔 단둘이 가을 여행을 떠나볼까 계획 중입니다.
끈끈한 모자(母子) 나들이가 되겠지요.
골백번 깨물어 봐도 유뽕이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2011년 9월 29일
친구들 수학여행 간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