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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77 - 엄마와 나는 모자(母子)!


BY 박예천 2011-06-16

 

    엄마와 나는 모자(母子)!

 

 

 

“누나는 해님, 유뽕이는 달님!”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 곁으로 달려온 녀석이 툭 내뱉은 말입니다.

“그럼 엄마는?”

“엄마는 별님!”

“우와...! 고마워. 반짝반짝 별님이 엄마야?”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황송하게도 엄마와 누나에게 근사한 이름이 붙여집니다.

뒤이어 달려오더니 또 한마디 던지고 가네요.

“누나와 유뽕이는 오누이!”

그제야 짐작이 됩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동화를 읽었나 봅니다.

자기와 누나사이를 ‘오누이’라는 관계 속에 적용시킬 줄 아는 생각주머니가 기특했습니다.

엄마가 서운해 할까봐 이야기 속에도 없는 별님으로 등장시켜주네요.

 

한동안은 가족들의 띠를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양띠, 아빠는 말띠, 누나는 쥐띠, 유뽕이는 토끼띠!”

동물얼굴과 사람이 연결되어 상상되는지 소리 내어 불러보며 깔깔 웃기도 합니다.

“작은 아빠는 무슨 띠야?”

“어...., 소띠야!”

소라는 말에 유뽕이는 ‘음매!’소리를 길게 내며 더 크게 웃습니다.

녀석이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것이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동물이기도 하지요.

 

최근 들어 녀석은 가족 간 붙여지는 이름에 관심을 가집니다.

집안일 하는 엄마에게 달려와 뜬금없이 집게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알려주지요.

“엄마와 유뽕이는 모자!”

공부중인 누나와 거실에 아빠를 한 번씩 콕콕 찌르며 새겨들으라는 것인지 말합니다.

“아빠와 누나는 부녀(父女)!”

“아빠와 유뽕이는 부자(父子)!”

인터넷에서 한문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어머니 모(母), 아버지 부(父)!’라며 혼자 중얼거리고 다녔거든요.

 

마당 쪽 아빠 방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동화도 듣고 게임도 합니다.

점점 자기만의 공간이 없어진다며, 서재를 빼앗긴 아빠는 입이 쭉 나옵니다.

“아무래도 저 방은 유뽕이가 차지할 거 같다. 옥상에 원룸이라도 지어야겠어!”

그럴 형편이 못되면서도 꿈만 꾸어보는 겁니다.

“그냥, 지하실 창고 보일러실 옆에 자기 방 꾸미면 되겠네. 흐흐흐!”

아들에게 방 양보당한 불쌍한 남자를 향해 엄마만 재밌어라 놀려댑니다.

아빠 방은 점점 유뽕이만의 작업실(?)이 되어가고 있답니다.

갖가지 종이 오리기부터 풀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그림들까지, 언뜻 보면 유치원 미술영역 같지요.

인터넷 돌아다니며 좋은 그림이나 사진이 있으면 복사하고 인쇄하는 통에 종이도 남아나질 않습니다.

녀석은 엄마 휴대전화로 아빠에게 비밀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아빠! 하얀 종이 사주세요!’

메시지를 받고 아빠는 아들의 뭔가 요구사항이 담긴 대화시도에만 기뻐 득달같이 프린터용지 한권을 사오지요.

우리 집에 왕은 당분간 유뽕이가 장기집권 할 것 같습니다.

 

깊은 밤, 잠자리에 들다가, 문득 녀석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소리도 굵어지는데 장난기만 심해져 엄마 옆에 누워 만지고 끌어안으며 난리가 났네요.

뽀뽀세례를 퍼붓고는 ‘사랑한 데이!’라며 몇 번이나 외쳐대는지요.

몸에 관심 가는 나이인지 슬쩍 엄마 가슴을 누르며 킥킥거리기도 합니다.

유뽕이는 이미 오래전 아기 때부터 아빠에게 아내를 빼앗아 온 불효막심한 녀석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서재까지 독차지하고 있으니 얄미운 자식이지요.

엄마는 유뽕이에게 물어봅니다.

“유뽕아! 넌 이제 진짜 형아가 된 거지?”

“네! 큰 형아는 아니고 짝은 형아예요!”

큰 형아는 스무 살 넘어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녀석의 생각이거든요.

죽어도 자기는 작은 형아랍니다.

“너..., 그럼 혼자 잠자야 하는 거야. 저기 아빠 방 좋지? 컴퓨터도 있고, 책도 많으니까 낼부터 거기서 잘래?”

금방 좋다고 대답 할 거라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녀석이 어찌나 크게 괴성을 지르며 울어대는지요.

한 밤중 고이 잠든 공원길 사람들이 시끄러워 잠을 깰 정도였습니다.

“싫어! 싫어! 싫다구! 엄마와 나는 모자잖아! 모자(母子)!”

 

헌법 어느 조항에 모자사이는 한 침대에서 잠자는 거라고 나와 있을까요.

자기 논리대로 주장하며 소리치는 유뽕이 울부짖음에 그만 허허 웃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유뽕대왕의 말은 우리 집에서 곧 법입니다.

엄마랑 같이 자야하는 이유가 모자(母子)이기 때문이라는데 뭔 해석과 핑계가 필요할까요.

사실은요.

담배냄새 나고 좀 늙은(?) 아빠보다, 조각미남 순수소년 옆에 자는 것이 엄마도 천만번 좋다는 속마음입니다.

이 얘기, 유뽕아빠에겐 절대 비밀입니다.

 

쉿!

 

 

 

 

2011년 6월 16일

굳건한 모자사이 확인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