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날아간다!
속초는 요즘 한여름 날씨로 덥습니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은 유뽕이네 마당 안으로 허락도 없이 슬금슬금 들어오지요.
엄마는 텃밭에 배추와 열무 같은 것은 관심이 없는지 잔디밭 잡초만 걱정합니다.
작년에도 눈이 튀어나오도록 살피며 열심히 뽑았는데, 도대체 누가 씨를 뿌리고 간 걸까요?
아무 때나 드나드는 참새 떼가 누고 간 새똥 속에 잡초씨앗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엄마는 새들이 날아간 하늘을 째려봅니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 이른 아침이거나 저녁 해가 넘어간 시간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지요.
학교에서 돌아온 유뽕이는 엄마가 차려준 간식을 챙겨먹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전날 갖고 놀다 챙겨 둔 비누방울 통을 집어 듭니다.
계단 앞에서 불다가 점점 마당 가장자리 의자까지 내려오지요.
플라스틱 테이블 가득히 비누방울을 불어 이어붙이기합니다.
커다란 투명 동그라미 세 개가 나란히 누워있네요.
“유뽕아! 그거 뭐야? 뭐 만들었어?”
“이건 버스예요!”
아티스트가 별건가요.
우리 아들이 만든 작품제목이 버스라는데, 그거면 최고지요.
눅눅한 저녁 기온에 자꾸만 모기가 달라붙습니다.
벌겋게 부어오르는 팔이며 다리가 가려운지 정신없이 긁어댑니다.
아무래도 풀밭이라 모기가 더 극성인가 봅니다.
“유뽕아! 옥상 가서 비누방울 해라. 여긴 모기가 막 깨물어서 안 되겠다 그치?”
살살 달래서 옥상으로 올려 보냈지요.
모기들은 엄마도 사정없이 물기 시작합니다.
벅벅 긁다가 화끈거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엄마는 호미를 내던집니다.
“아휴! 도저히 못하겠네. 오늘은 여기까지!”
뽑은 잡초무더기를 삼태기에 담으려는데 옥상에서 예술행위(?)중이던 유뽕이의 외침이 들립니다.
“엄마! 지구 날아간다!”
“뭐? 뭐가 날아 다닌다구?”
처음엔 모기가 날아다닌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었지요.
힐끗 고개를 들어 지붕 쪽을 올려다봤습니다.
탱글탱글 햇빛에 반사된 오색무늬 투명한 지구가 저녁바람을 타고 유뽕이네 마당으로 내려앉고 있는 겁니다.
최대한 약하게 입김을 불어 모아 커다란 비누방울로 만든 지구 하나가 우주공간에 탄생되는 순간입니다.
녀석의 창의적인 작품에 눈높이를 맞추며 엄마는 나이도 잊고 대답했지요.
“자! 엄마가 지구를 받으러 간다.”
양손바닥 펼쳐 하늘 높이 들고 유뽕이가 날려 보낸 지구 한 덩어리를 받아보려고 사뿐사뿐 걸어 다닙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배추밭에 물 주던 아빠 한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지요.
동네사람 누군가 엄마행동을 봤다면 머리 옆에 손가락동그라미 여러 번 빙글빙글 그렸을 겁니다.
저녁밥 차릴 생각도 잊고 아들이 옥상에서 넘겨주는 지구를 끌어안느라 엄마만 마당에서 뛰어다녔지요.
마당에 내려앉기도 전, 사라지는 비누방울을 향해 엄마가 말합니다.
“유뽕아! 지구가 터져버렸네!”
말만 들으면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지구가 드디어 박살났다는 말로 들리겠지요?
아들덕분에 순수아줌마로 돌아가 마당에서 나풀거려봤답니다.
역시 엄마역할은 사는 내내 힘든 게 맞습니다.
어휴~!
2011년 6월 8일
비누방울로 만든 지구를 받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