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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75 - 지구 날아간다!


BY 박예천 2011-06-08

 

      지구 날아간다!

 

 

 

 

속초는 요즘 한여름 날씨로 덥습니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은 유뽕이네 마당 안으로 허락도 없이 슬금슬금 들어오지요.

엄마는 텃밭에 배추와 열무 같은 것은 관심이 없는지 잔디밭 잡초만 걱정합니다.

작년에도 눈이 튀어나오도록 살피며 열심히 뽑았는데, 도대체 누가 씨를 뿌리고 간 걸까요?

아무 때나 드나드는 참새 떼가 누고 간 새똥 속에 잡초씨앗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엄마는 새들이 날아간 하늘을 째려봅니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 이른 아침이거나 저녁 해가 넘어간 시간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지요.

 

학교에서 돌아온 유뽕이는 엄마가 차려준 간식을 챙겨먹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전날 갖고 놀다 챙겨 둔 비누방울 통을 집어 듭니다.

계단 앞에서 불다가 점점 마당 가장자리 의자까지 내려오지요.

플라스틱 테이블 가득히 비누방울을 불어 이어붙이기합니다.

커다란 투명 동그라미 세 개가 나란히 누워있네요.

“유뽕아! 그거 뭐야? 뭐 만들었어?”

“이건 버스예요!”

아티스트가 별건가요.

우리 아들이 만든 작품제목이 버스라는데, 그거면 최고지요.

 

눅눅한 저녁 기온에 자꾸만 모기가 달라붙습니다.

벌겋게 부어오르는 팔이며 다리가 가려운지 정신없이 긁어댑니다.

아무래도 풀밭이라 모기가 더 극성인가 봅니다.

“유뽕아! 옥상 가서 비누방울 해라. 여긴 모기가 막 깨물어서 안 되겠다 그치?”

살살 달래서 옥상으로 올려 보냈지요.

모기들은 엄마도 사정없이 물기 시작합니다.

벅벅 긁다가 화끈거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엄마는 호미를 내던집니다.

“아휴! 도저히 못하겠네. 오늘은 여기까지!”

 

뽑은 잡초무더기를 삼태기에 담으려는데 옥상에서 예술행위(?)중이던 유뽕이의 외침이 들립니다.

“엄마! 지구 날아간다!”

“뭐? 뭐가 날아 다닌다구?”

처음엔 모기가 날아다닌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었지요.

힐끗 고개를 들어 지붕 쪽을 올려다봤습니다.

탱글탱글 햇빛에 반사된 오색무늬 투명한 지구가 저녁바람을 타고 유뽕이네 마당으로 내려앉고 있는 겁니다.

최대한 약하게 입김을 불어 모아 커다란 비누방울로 만든 지구 하나가 우주공간에 탄생되는 순간입니다.

녀석의 창의적인 작품에 눈높이를 맞추며 엄마는 나이도 잊고 대답했지요.

“자! 엄마가 지구를 받으러 간다.”

양손바닥 펼쳐 하늘 높이 들고 유뽕이가 날려 보낸 지구 한 덩어리를 받아보려고 사뿐사뿐 걸어 다닙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배추밭에 물 주던 아빠 한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지요.

동네사람 누군가 엄마행동을 봤다면 머리 옆에 손가락동그라미 여러 번 빙글빙글 그렸을 겁니다.

 

저녁밥 차릴 생각도 잊고 아들이 옥상에서 넘겨주는 지구를 끌어안느라 엄마만 마당에서 뛰어다녔지요.

 

마당에 내려앉기도 전, 사라지는 비누방울을 향해 엄마가 말합니다.

“유뽕아! 지구가 터져버렸네!”

말만 들으면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지구가 드디어 박살났다는 말로 들리겠지요?

아들덕분에 순수아줌마로 돌아가 마당에서 나풀거려봤답니다.

역시 엄마역할은 사는 내내 힘든 게 맞습니다.

어휴~!

 

 

 

 

2011년 6월 8일

비누방울로 만든 지구를 받던 날에.

등록
  • 예천 2011-06-10
    제니님!
    반갑습니다.
    즐겁게 느끼셨다니 오히려 제가 고맙네요.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 2011-06-09
    상상만해도 행복한 때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저도 즐겁게 느끼고 갑니다.
  • 예천 2011-06-10
    아! 깜따기야...ㅎㅎㅎ 골무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요.
    바다새라고 불러주시니.....제가 십년 쯤 젊어지는 기분이예요..ㅋㅋ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모기퇴치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아주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울 남편이 좋아라 하네요.
    낼 부터는 가족모두 허리춤에 하나씩 매달고 다녀야겠어요...ㅎㅎㅎ

    골무님......잘 계신 거죠?
    언제 통영에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습니다.
    잊지 않고 글방에 찾아주셔서 감읍하옵고......눈물겹고 그렇습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평안 하시기를 기도할게요^^
  • 골무 2011-06-09
    바다새님~~~~
    모기퇴치법 알려드리러 왔어요.^^
    통 계피 자잘하게 부수어 양파 망에 넣어 허리춤에 달고 다니기
    어제 울집에서 저녁모임이 있었는데 누가 알려 주어 데크 주변에 뿌려두었는데
    참말로 모기가 얼씬도 하지 않아 그 효과에 모두들 놀랐답니다.
    오늘도 마당일 하면서 양파 망에 넣어 가지고 다녔는데 효과 만점이어요.^^
    늘 맛깔나는 그대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행복한 마음되어 쉬다 갑니다.
    멋쟁이 유뽕 아티스트 화이팅!!!
  • 예천 2011-06-10
    유뽕이에겐 더 없이 좋은 환경이지요.
    이사온 이후 녀석 뱃살이 좀 들어간 것 같고,
    짜증도 많이 줄었어요.
    스스로 찾아서 놀 줄도 알고요.
    엄마 시간이 좀 늘어서 좋습니다요...^^
  • 모퉁이 2011-06-10
    마당이며 옥상이 전부 놀이공간이 되는 유뽕네집 풍경
    오늘도 눈으로 따라다녔습니다.
    유뽕이 덕분에 골무님도 잠깐 뵙네요.ㅎㅎ
  • 예천 2011-06-10
    네에....정말 그래요.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완전 공짜!!!ㅎㅎㅎ
  • 헬레네 2011-06-10
    유뽕이네 놀이동산 ...... 최고예요 !!
  • 예천 2011-06-11
    날씨가 참 덥네요....향기님도 힘드시겠어요.
    유뽕이 생각 속이 가끔 궁금하답니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기도 하구요.ㅎㅎㅎ
    장단 맞춰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ㅠㅠ
    근데.....통계피는 어디서 팔지요?
    한약재 파는데 가야하나요?
    낼 교회가서 할머니들께 여쭤봐야겠네요.
    아컴글방이 정보교환의 장이 된 것 같습니다....^^
  • 그대향기 2011-06-11
    독창성이 아주 기발한 유뽕군.
    그 놀이에 장단을 맞춰 주는 엄마 예천님.
    모두모두 행복해 보입니다.ㅎㅎㅎ
    모기 퇴치법 저도 써 먹을겁니다.
    여기도 모기 천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