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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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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51)


BY 박예천 2010-10-08

 

 

* 9월 22일 (금) 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널 지켜보며 엄마는 모든 시름 잊고 힘을 얻는다.

재롱이 늘어감에 따라 말썽과 떼도 함께 더해 간단다.

잠잘 때 코가 막혀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유뽕아!

너는 크면 어떤 사람이 될까.

도형 퍼즐을 침착하게 맞춘 후 박수 치는 네 모습에서 엄마는 훌륭한 미래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송곳니, 어금니가 마구 생겨 침을 흘리고 과자를 집어먹는 네 모습이 참 귀엽다.

정말 네가 내 속에서 나왔나 하는 벅찬 감동으로 하루하루 즐겁다.

고맙다 아들아.

 

 

* 2000년 10월 9일 (월)

- 유뽕이 태어난 지 19개월 되는 날.

 

벌써 네가 이만큼 자랐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 네 모습에서 사실로 확인된다.

모든 의견이 생기고 표현하려는 너를 보며

나는 자주 웃는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엄마의 손을 이끌며

네 생각을 다 말한다.

다만, 낯을 너무 심하게 가려서

엄마만 좋아하니 좀 힘들단다.

지금 너는 아기나라 선생님과 공부(?)중이다.

돌아다니며 말썽을 피우고 있다.

 

 

* 10월 17일 (화) 바람 많은 날.

 

날이 갈수록 장난꾸러기가 된다.

쇼파 위를 넘어 오디오 옆으로 올라가 티브이도 켜고,

식탁의자를 빼 놓고 식탁위에 우뚝 서서 빙긋 웃기도 한다.

싱크대 문을 열다가 손을 다치기도 하고

너의 말썽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간다.

코감기는 낫지 않아 입으로 숨 쉬며 헉헉 거리면서도

개구쟁이 짓은 씩씩하게 해댄다.

빨대 컵을 사용하게 하려고 연습을 시켜봤더니

빨대를 빼려하고 깨물다가 콧구멍에 쑤셔 넣는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알았지. 이 녀석아!

지금은 쿨쿨 낮잠 중.

 

 

* 10월 27일 (금)

 

너를 업고 이비인후과 병원엘 갔다.

감기 끝에 귀가 아파 잠을 못자는 네가 걱정되어 병원에 갔더니 왼쪽귀가 아프다는 구나.

업고 다니기엔 힘든 네 덩치 탓에 지금은 허리가 아프다.

병원 층계만 올라서면 벌써 알아차리고 울음을 보이는 너는

벌써 꾀돌이가 다 되었다.

많이 울던 네가 오늘은 “끝났네, 아이 예뻐, 안 우네!” 하니까

금방 그치더라.

말을 알아듣는 걸 보니 컸구나.

언제쯤 너와 엄마가 마주 앉아 눈을 빛내며 이야기 하게 될까.

그날이 곧 오겠지.

3키로였던 네가 12키로가 된 것처럼.

그날을 기대해 볼게.

 

 

* 11월 8일 (수)

 

내일이면 네가 20개월이 된다.

형편없이 부족한 엄마 곁에서 잘 커주어 무척 고맙다.

너를 낳고 후회도 했었고 울기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재롱에 힘을 얻게 된다.

율동을 다 기억하며 잘 따라하고

비디오를 보며 재밌는 장면 보면 큰소리로 웃는 모습에 대견함을 느낀다.

유뽕아!

정말 너는 어떤 사람으로 자랄까.

무척 궁금하다.

엄마로서 만족을 느낄만한 위치에 서 있는지도 자책하게 되고.

그러나,

우리 유뽕이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