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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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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50)


BY 박예천 2010-10-08

 

 

* 6월 12일 (월)

 

지난주 열감기로 고생하던 네가 개구쟁이가 되어 장난을 치다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는 어쩐 일로 늦잠까지 자더구나.

그동안 못잔 걸 다 자려는지.

“유뽕이 몇 살?”라고 하면, 엄지와 검지를 편다.

요구르트 빈 병을 고추에 대고 ‘쉬~’하기도 한다.

조그만 손수건을 들고 싱크대를 닦으며 청소하는 흉내를 낸다.

‘미워!’라고 하면 금방 운다.

말귀도 다 알아듣고 땅바닥에 내려달라 조르는 녀석이 걷지를 않는다.

유뽕아!

아프지 마라.

엄마의 무능력이 보인다.

네가 아플 때 빨리 낫게 못하는.....,

 

 

* 6월 18일 (일)

 

- 드디어 벽을 짚고 걷던 네가 손을 놓으며 걷던 날.

 

할머니 댁에 갔다.

그동안은 일부러 그랬는지 할머니 댁에 가자마자

손을 놓고 발걸음을 떼어 놓는구나.

엄마를 거짓말쟁이로 마들어 놓았다.

걱정했는데......,

이젠 제법 손을 놓고 걸으려 한다.

축하한다. 아들아!

밤에 잘 때 울지 않고 자면 백점 아들인데.

엄마는 너 때문에 잠이 부족해 늘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건강하기만 하면 좋다.

 

 

* 8월 29일 - 서서 처음으로 깡통에 오줌 눈 날.

 

오랫동안 적지 못했구나.

유뽕아! 예쁜 아들아.

감기로 오래 힘들었고, 너의 개구쟁이 말썽을 감당하느라 힘든 날이었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난 너를 기저귀 빼 놓고 깡통을 대며 ‘쉬~’하자마자 오줌이 나오더라.

어찌나 귀엽던지.

그렇게 하나씩 홀로서기 연습을 하는 거란다.

너는 무엇인가 아쉽고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 손을 잡아끈다.

엄마의 손이 닿기만 하면 다 된다는 굳센 믿음의 표현이지.

하나님을 그토록 너처럼 전폭적으로 의지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에게 또 그렇게 한 가지를 배운다.

 

 

* 9월 9일 (토) 비가 온다.

 

- 유뽕 18개월 되는 날.

- 몸무게 12 Kg

 

네가 어찌나 영리해졌는지 모른다.

말뜻도 잘 알아듣고 눈치도 빠르다.

그것에 비례해서 말썽도 많이 늘었다.

의사표현도 잘 하고.

어느새 이렇게 많이 컸는지.....,

아직은 낯을 많이 가리고 엄마만 좋아 하지만

나중엔 좋아하리라 믿는다.

널 위해 늘 기도한다.

믿음 안에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우리 유뽕이 만세.

머리 깎을 때 그 난동(?)을 기억 하거라.

지금 네 모습은,

입영 한 훈련병 같구나.

너는 엄마 옆에서 ‘응가’하며 힘주고 있다.

에구.....,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