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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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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7)


BY 박예천 2010-10-04

 

 

* 3월 15일 (수)

 

근 일주일 넘게 엄마는 크게 아팠다.

이제 다 나아서 숨 좀 돌리려는데

네가 기침도 하고

매일 업고 밖에 나가자며 운다.

어찌나 떼를 쓰는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첫돌사진도 찍으러 가야 하는데.

유뽕아!

자꾸 꾀가 늘어가는 너를 보며 엄마는 겁이 난다.

영악스러우면 어쩌나 하고.

고집이 있어서 뜻대로 안 되면

마구 울어댄다.

제발 엄마를 힘들게 말아다오.

 

 

* 3월 16일 (목)

 

유뽕아!

내 아들아.

네가 참 많이도 컸구나.

몸무게 10.2 Kg.

한국표준 남아 체중이 10.26 Kg. (12개월)

잠들 때 늘 너를 업고 거실을 서성였고,

자다 깨면 안아 달라 울던 녀석이

이제 엄마만 옆에 있으면 뒹굴뒹굴 잠든다.

이쁜자식.

꼭 안고 싶다.

가끔 다가와 안기는 네가 너무 사랑스럽다.

짜식아. 잘 자거라.

 

 

* 3월 20일 (월)

 

오늘 드디어 ‘아기나라’에 신청을 했다.

세상에 나와 첫 학습 (엄마는 놀이라고 표현 하련다)을

시작하게 된다.

그냥 하루 종일 덤덤히 너와 시간을 보내고 채우는 것 같았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엄마는 기쁘다.

다만, 조금이라도 너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부쩍 커가는 너를 보며 힘들었던 지난날들이

전혀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가.

아들아!

고맙다.

쑥쑥 지혜롭고 건강하게!

주님께 맡기며 기도한다.

잘 자거라.

 

 

* 3월 21일 (화)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

아빠가 사온 케이크에 불을 켜 놓고

손뼉을 치며 노래 부르자

너는 놀란 눈으로 함께 따라서 손뼉을 친다.

아직 촛불을 끄지는 못하고

자꾸 손으로 만질려 하더구나.

오늘이 있었기에 네가 생겼단다.

지금도 자면서 발로 엄마를 더듬는다.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 수 있니?

모를 거야.

네가 나중에 아빠가 되어 너 같은 아들을 지켜보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될 거야.

사랑한다. 내 아들아!

 

 

* 3월 24일 (금)

 

유뽕아!

네가 나에게 온 것은 어떤 뜻이 있었을까.

맘 괴롭고 힘들 적마다 나는 현실을 벗어나는 꿈을 꾼다.

훨훨 날고픈 욕망.

그러나 너무도 강하게 나를 잡아끄는 너를 본다.

때로는 네가 있기에 견딜 수 있는 일들도

너무 힘겨워 떨치고 싶기도 하다.

아가야!

너를 위해서라도 잘 버티어야 하는데

엄마는 자꾸 무너진다.

빨리 커다오.

네가 크기를 바라며 참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