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27

육아일기 (45)


BY 박예천 2010-10-02

 

 

* 2월 22일 (화) -몸무게 10 Kg

 

 

밤새 코 때문에 잠 못 자는 네가 걱정되어 업고 병원엘 갔다.

콧물이 줄줄 나와 힘들어하고 코가 막혀 울기도 한다.

병원 안에 있는 그림과 글자 있는 한글공부 앞에 기대 서 있던 네가

참 귀여운 재롱을 피우더구나.

엄마가 평소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사과, 나무’ 그랬는데,

네가 그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중얼거린다.

집게손가락 조그만 것으로 말이야.

저녁엔 벽을 잡고 뱅글뱅글 걸었다.

게처렴 옆으로.

고맙다 유뽕아!

 

 

* 2월 25일 (금)

 

잠들 때 언제나 울고 보채면 업고 재웠단다.

늘 허리가 아팠는데 요즘은 안 그런다.

많이 의젓해졌구나. 장난기도 심하고.

한녕이네 속회 드리러 갔는데 그곳에서 한 시간이 넘게 잤다.

남의 집에서는 전혀 잠들지 못했었는데......,

고맙다 아들아.

잠이 올 때도 요즘은 보채지 않고 뒹굴뒹굴 하다가 잔다.

낮에 종일 벽 잡고 서는 연습을 하느라 몸이 피곤한 걸까.

아무튼 예민하던 네 성격이 많이 느긋하고 둥글둥글 해 진 듯하다.

엄마가 하는 것은 모두 따라한다.

‘멍멍’하면 너도 곧 ‘멍멍’ 소리를 내더구나.

네가 사랑스러워 눈물 난다.

 

 

* 2월 27일 (일)

 

정말 나이를 먹어서일까.

네가 대견스러워졌다.

교회에 가면 다른 사람한테 전혀 가지 않던 녀석이

이제 곧잘 따른다.

얼마나 개구쟁이인지 모른다.

지금도 엄마 몸에 다리를 척 얹고 잔다.

낮잠도 쿨쿨 잔다.

잠을 잘 자니까 놀기도 잘 한다.

네가 잘 자니까 엄마 역시 편히 자서 피곤하지가 않구나.

오늘 밤엔 눈이 많이 왔다.

열시 가까이 되었는데 너를 업고 아파트 앞으로 가봤다.

너는 눈을 보고 신기한 듯 했고,

손으로 자꾸 만져보더구나.

태어나 눈 오는걸 첨 봤을걸.

 

 

* 2월 28일 (월)

 

교회에 갔지.

네가 아침부터 밖에 멍멍이 보러가자고 우는 바람에

교회 앞에 있는 강아지 ‘곰순이’를 보러 갔다.

마침 중고등부 일일 수련회가 있어서 교회 들러 점심 먹고,

저녁까지 먹고 설거지도 하고 왔단다.

성도님들이 모두 너는 징징거리고 엄마를 힘들게 한다며

한녕이는 얌전히 무릎에만 앉아있는 예쁜 애기라고 하신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네가 호기심이 많고 마음껏 탐색하며 놀고 싶은 성격이어서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나는 몸이 좀 힘들어도 지금의 네 모습이 사랑스럽다.

얌전히 있는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

네 마음대로 만져보고 느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스스로 커가는 아이이기를!

 

 

* 2월 29일 (화)

-유뽕이 신발을 최초로 사다.

 

엄마 등에 업혀 거리의 자동차와 상점들을 쳐다보던 네가 간 곳은 유아용품점.

벽을 잡고 서서 걸으려는 너에게 선물하려고 신발 한 켤레를 샀단다.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걷고 싶어 하는 네게 양말만으로는 내려놓을 수 없어서 샀지.

지금 엄마는 머리맡에 그 앙증맞은 군청색 운동화를 놓고 들여다보며 이 글을 적는다.

곧 다가올 따스한 봄날 뒤뚱거리며 걷게 될 너의 몸을 받쳐주는 소중한 신발이야.

그리고 생각했단다.

이 신발은 누구도 주지 않고 너에게 커서 보여주기로 했다.

태어나 처음 입은 배냇저고리와 처음 신은 신발 등등.

처음 경험하는 물건들을 간직해주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