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3일 (일)
너를 안고 업기가 이제는 힘겹다.
자식이 아니었다면 벌써 짜증이라도 냈을 거다.
잠시도 내 품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너.
무엇이 불안한 것일까.
너를 버려두고 먼 곳으로 가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가.
유뽕아.
교회에서는 제발 다른 사람에게도 가거라.
엄마가 팔이 아프구나.
주말이면 더 힘들다.
그래도 고맙다.
절실하게 엄마를 사랑해줘서.
* 2월 14일 (월)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다.
나는 네게 줄 것이 없어 목욕을 같이 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들어가면 소리치며 좋아한다.
요즘은 말을 배우려는지 쉴 새 없이 중얼거린다.
오늘저녁 재미있는 행동을 보았단다.
컵으로 물 마시는 걸 좋아하기에 주었더니 몇 모금 먹고
치우려니까 “무~~” 하더구나.
또 먹게 하고 컵을 치우면 울먹이며 “무~~” 한다.
그래서 흘릴까봐 물을 쏟고 빈 컵을 주니까
울며 던져 버리더라.
마셔보고는 물이 없으니까.
짜식 웃긴다. 정말.
* 2월 16일 (수)
-유뽕이 드디어 배를 들고 무릎 구부려 엉금엉금 기어 다닌 날.
그동안 너는 바닥에 배를 깔고 군인들 훈련 낮은 포복 자세로 기어 다녔단다.
얼마나 빠른지 우습기도 했고,
아빠는 그런 너에게 장난감 총을 메고 기어 다니게 하자며 놀렸다.
오늘 낮에 갑자기 한쪽 다리를 엎드려 쭉 뻗어보기도 하고 엉덩이를 들더니 배를 띄우고 기더구나.
바닥을 배로 닦고 다녔는데 이제 안심이다.
돌이 다가오니까 너도 무척 급해진 모양이다.
힘내라 전유뽕!
* 2월 18일 (금)
어젯밤 너는 밤새 보채고 울었다.
새벽에 기침을 하며 토하더니 설사까지 연이어 세 번이나 했다.
어찌나 걱정되던지.
무엇을 잘못 먹었나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유식을 먹다 분유를 잠시 바꿔본 것이 탈이 난듯하다.
다행이도 잘 놀고 금방 나아졌다.
자식을 키운다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일어나는 연습을 하는지 엎드려 기어 다니다 두 다리를 쭉 펴고 엉덩이를 들기도 한다.
걸어 다니면 또 얼마나 말썽을 피울까.
궁뎅이 맞을 준비나 해둬라.
귀여운 나의 악동아.
* 2월 21일 (월)
한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구나.
어제는 교회에서 기특하게도 떼도 안 쓰고 잘 지냈다.
점점 커가는 너를 보며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낀단다.
꾀도 많이 늘어 엄마를 약 올리기도 한다.
오줌 싼 기저귀를 갈려고 벗겨놓으면 궁둥이만 내놓고는 살금살금 도망간다.
기어가면서 엄마를 보고는 메롱 하듯 웃으며 도망친다.
장난을 하자는 거겠지.
오늘은 부채 손잡이를 입속에 넣으려 하기에 “그러면 웩! 해.” 했더니,
금방 집게손가락을 입에 여러 번 넣으면서 나를 보고 웃는다.
전에 손가락을 넣다가 구역질 한 적이 있거든.
떼가 많이 늘기도 했다.
자기 성질대로 안 되면 마구 소리치기도 하고 운다.
콧물이 나던데 금방 나아지리라 믿고 기도하마.
잘 자라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