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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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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2)


BY 박예천 2010-10-02

 

 

* 2000년 1월 11일

 

너는 아빠를 아주 좋아한다.

커갈수록 더 그러한 것 같다.

아빠가 놀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소리치며 좋아한다.

아빠방의 컴퓨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졸려서 칭얼대던 녀석이 아빠방에서는 바닥에 앉아

열심히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몰두하는 모습에 10개월이 아닌 열 살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갈수록 더해지는 너의 재롱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 2000년 1월 14일 (금)

 

유뽕아!

오늘은 너의 컨디션이 최상인가보다.

낮잠을 적게 잤는데도 아주 신나게 놀았단다.

기분이 좋은지 소리도 지르면서.

조금씩 장난기가 있는 네 모습을 본다.

어제 과자를 먹으면서 물을 떠먹던 숟가락으로 엄마가 네 이를 ‘따닥따닥’ 두드렸었어.

오늘밤에도 과자를 주며 그 숟가락을 입에 넣자 꽉 물고는 씩 웃는 거야.

기억을 한다는 게 참 신기하구나.

어린 너에게 나는 벌써 자식으로 향하는 듬직함을 느낀다.

네게 기대고 싶기까지 하다.

기특하구나. 아들아!

고맙고.

 

 

* 2000년 1월 17일 (월)

 

어제부터 너와 마주앉아 ‘쎄쎄쎄’를 했다.

아침바람 찬 바람에......,

너는 똘똘한 눈빛으로 엄마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맨 나중에 ‘가위, 바위, 보’하고 소리치면 손뼉을 쳐대며 웃는다.

오늘도 자주 그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노래가 다 끝나면 또 하자고 네 두 손을 엄마 손위에 얹으며 잡는구나.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며 사랑스럽다.

노래를 부르면 흥에 겨워 엉덩이를 들썩이는 모습이 귀엽고.

너는 뱃속에 있을 때도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어.

음악소리만 나면 열심히 발로 엄마 배를 걷어차곤 했지.

네 이름을 ‘찬양의 단비’라고 나름대로 기도했는데...., 그래서 인가보다.

주님을 찬양하는 아이가 되거라.

 

 

 

* 2000년 1월 20일 (목)-10개월하고 13일째 되는 날.

 

너는 엄마의 아주 열렬한 팬이다.

잠시도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으니.....,

잠을 자는 중간에도 눈을 감고는 더듬더듬 엄마의 신체 일부를 만지려 한다.

혼자 잠들었다가 곁에 엄마가 없는 것을 알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운다.

아들아!

지금처럼 네가 날 배신(?)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니.

훗날 애인이 생겼노라고 훌쩍 떠날 너를 생각해본다.

짜식! 그럴 거면서 지금은 엄마만 좋아하는 척을 하냐?

자식이니까 사랑스럽지.

너의 모든 투정과 떼씀이 말이야.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