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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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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0)


BY 박예천 2010-09-25

 

 

* 99년 12월 22일 (수)

 

덩치가 커져가는 녀석이

잠자다 깨면 꼭 안아달라고 운다.

누워서 안고 다독이면 잘까 했는데,

일어서서 흔들어 달랜다.

엄마의 팔은 무쇠팔이 되어야한다.

앉아서 놀기도 하고 괴성도 지르는 네가 귀엽다.

졸음이 오면 나를 부여잡고는

‘엄마~~어부바!’한다.

힘들어도 네가 있어 살맛이 난다.

너로 인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산다.

윗니 두 개가 잇몸 속에서 나온 모습이 보인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 99년 12월 23일 (목)

 

내 귀여운 악동이 드디어 잠에 빠졌다.

주먹만 한 코딱지를 파내느라 엄마를 애먹이더니

쿨쿨 잔다.

어젯밤에는 밤새 곱게 잠자더라.

오늘밤에도 기대하마.

예쁜 네 모습.

 

과자며 떡이며 앉아서 넙죽넙죽 받아먹는 네 모습이 대견하다.

맛을 알기라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꽤 많이 먹는다.

입을 오물거리며 씹는 흉내까지 내고.

너의 모든 사랑스러움을

나의 머릿속에 담는다.

언제고 꺼내볼 수 있도록

아주 가깝게 담고 있다.

유뽕이 파이팅!

 

 

* 99년 12월 25일 (토)

(우리 유뽕이 영아세례 받은 날)

- 소속교회 : 속초 아름다운 감리교회

- 주례목사 : 정 찬석 목사님.

 

아가야!

엄마도 첫 돌이 되기도 전에 영아세례를 받았단다.

늘 그것이 자랑스러웠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감사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 자식도 꼭 영아세례를 받게 하고 싶었는데,

오늘 그 소망을 이루었다.

참 의미 깊은 날이다.

새로운 2000년대를 맞이하기 전,

저무는 한 세기의 끝에 있는 성탄절이지.

기쁘다.

세례 받는 내내 졸음이 오는지 큰소리로 옹알이를 해대는 통에

엄마, 아빠는 애를 먹었지만 아주 좋았다.

훗날,

네가 성장하여 믿음생활 하게 될 때,

영아세례 받게 한 부모에게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좋겠다.

 

날마다 장난기가 늘어가는 널 보노라면,

힘들어도 재밌다.

전 유뽕.

진짜 파이팅이다!!!

 

 

* 99년 12월 27일 (월)

 

너에게는 어떤 감정들이 생겼을까.

기쁨, 노여움, 불쾌감......,

궁금하단다.

아빠가 집에 점심을 먹으로 왔다가 가시며

출입문을 닫자 네가 울어버린다.

이제 곧잘 울음으로 하고 싶은 것의 표시를 한다.

먹기 싫은 음식엔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환성을 지르기도 한다.

아파트 복도에 나가면 소리가 울리는데,

너는 그것이 재미있는지

업고 현관문을 나서기만 하면 고개 세우고

‘아~~아!’하며 목청 높인다.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직도 내 속에서 열 달 동안 숨었던 적이 있었는지.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