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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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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37)


BY 박예천 2010-09-17

 

 

* 99년 8월 19일 (목)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난 7일부터 네가 뇌수막염이 걸려 기독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후 퇴원했지.

한참 재롱을 부리고 뒤집기를 시작하더니 생색이라도 내듯 너는 고열과 구토로 아팠다.

그렇게 아픈 너는 여러 가지 검사를 위해 주사바늘 마구 온 몸에 꽂아야 했다.

척수검사와 링거를 놓을 때는 보호자도 곁에 있지 못하게 하더구나.

가슴이 찢어지는 게 어떤 아픔인지 그때 엄마는 절감했다.

병원 벽을 잡고 울 수밖에 없었다.

네 울음소리가 엄마의 심장을 멎게 하도록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아가 유뽕아.

너는 금방 회복이 되었고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거뜬히 병을 이겨냈다.

요즘은 달라지는 네 모습에 기쁘다.

웃고, 뒤집고, 손으로 엄마를 만지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험은 또 하기 싫구나.

불편한 병실에서 엄마 아빠는 밤을 새워 간호하며 잠을 설쳤단다.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네가 건강하게 회복되기만 기도했지.

 

 

* 99년 8월 23일 (월) 맑음

 

가을 냄새가 짙어졌다.

들판에 곡식 익는 모습이 보인다.

너는 설사를 해서 엉덩이도 짓무르고 하더니 요즘은 엄마를 안심시켜 주려고 활기차게 울고 웃기도 한다. 고맙다.

네가 건강하기만을 기도한다.

잘 먹고 잘 싸고 말이야.

뒤집으며 물건을 집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엽다.

모차르트 비디오를 몰두해서 보는 모습이 의젓하고..........사랑한다. 아가야.

 

 

* 99년 9월 13일 (월)

 

참으로 오랫동안 네 이름을 부르지 못했구나.

우리는 이사를 했지.

속초시 교동 ㅇㅇ아파트 709호.

새로운 보금자리란다.

 

처음 몇 날은 잠도 설치고 보채더니 너는 금방 적응을 한다.

자기 집인걸 알기라도 하듯.

오히려 원주에서보다 더 잠을 잘 자는구나.

안아주거나 업어주어야 자던 녀석이 칭얼거릴 때 침대에 눕히고 부채질 해주며 몇 번 토닥이면 잠이 든다.

오늘은 설사를 좀 했다.

기온차가 심해서 그런가보다.

밤에 이불을 덮지 않으려는 네 성질 탓도 있다.

발로 걷어차고 그러니.

 

요녀석 유뽕아!

너 오늘 말썽 한 가지 피웠다는 걸 기억해라.

꽃집에 가서 사천 원하는 화분 한 개 사려는데,

등에 업힌 네가 큰 화분잎사귀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도자기 화분이 깨졌다.

그래서 거금 일만 오천 원을 물어주고 왔다.

6개월밖에 안된 녀석이 벌써 그러니 앞날이 걱정이구나.

사실은 돈을 물어주면서도 마음은 흐믓했지.

네가 그렇게 많이 커졌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야.

 

개구쟁이처럼 자라도 좋다.

건강하고 밝게만 커다오.

데굴데굴 구르며 온 바닥을 헤매고 탐색하느라 바쁜 너에게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