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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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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36)


BY 박예천 2010-09-17

 

* 99년 7월 23일 - 날씨 : 흐리다 맑음

 

 

유뽕아!

어제 너는 엄마를 많이 당황하게 했단다.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마구 울어댔지.

외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침착하게 대하셨지만, 너를 낳아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만나진 나는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파 우는 너를 안고 그저 서성거리기만 할 뿐.

아프고 나면 큰다더니 너는 정말 의젓해진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종일 보채지도 않고 그냥 놀다 잠이 드는 거야.

혼자서 말이지.

엄마가 꼭 안아줘야 자던 녀석이.

힘이 들지 않아 편하면서도 어쩐지 서운해지기도 했다.

벌써 엄마 품을 떠날 연습을 하는가 싶어서.

 

유뽕아~!

앞으로 또 얼마나 너로 인해 놀라고 당황스러워 할까.

잘 겪어나가기만을 기도한다.

우리 아가야. 오늘도 편하고 좋은 밤 되거라.

 

 

 

* 99년 8월 3일 (화) 비, 바람.

 

연일 내리는 비를 본다.

오늘은 바람이 무섭게 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그 속에서도 너는 예쁘게 웃는다.

드디어 네가 스스로 뒤집었단다.

누워 있다가 ‘끙’하는 소리와 함께 뒤집기를 시도하더구나.

놀라움과 감격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유뽕아!

그렇게 너는 엄마를 흐믓하게 해 주었어.

고맙다.

 

 

 

 

* 99년 8월 4일 (수) 오랜만에 맑은 햇살

 

이 녀석 유뽕아!

한 가지 재주를 배웠다고 으쓱해진 모양이구나.

어제부터 열이 있더니 밤엔 잠도 설치고 오늘은 종일 울며 보챈다.

엄마한테만 안기고 업혀서만 잠들려 한다.

그래.

안고 있으면 팔이 저리고 업고 서성이면 허리가 쑤시지만 네가 아름답고 이쁘다.

이렇게 아픈 만큼 똘똘해진 모습으로 엄마를 더욱 기쁘게 해 줄것으로 믿는다.

 

사랑한다.

엄마가 널 위해 기도했으니 편히 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