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년 6월 30일 (수) 더위
나의 유뽕아!
벌써 유월의 마지막 날이구나.
너와 만나진지도 어느새 네 달이 가까워온다.
참 덥다.
그래서인지 네가 자주 운다.
안고 있으면 팔도 아프고 땀이 나서 힘들다.
그래도 자식이라는 게 무섭구나.
모든 힘겨움을 다 참게 한단다.
모성이 강하다더니 참말이다.
너는 유난히 엄마를 닮았다.
얼굴모양에서 어쩌면 성질까지도.
울며 소리 지르는 모습에서 짜증 잘 내는 엄마의 성질을 닮았을까 겁난다.
유뽕아.
일 년 전 요즘엔 참 무료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네가 친구가 되어주니 기쁘다.
시간이 잘 가고 마음도 흐믓하다.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구나.
대머리라고 놀림 받던 신생아 때보다 숱도 늘어났고.
오늘밤도 잘 자거라.
기도해 줄게.
* 99년 7월 6일 (화)
사랑하는 내 아들아.
잠을 잘 때 마다 너는 곱다.
자고 깨면 너는 많이 커 있다.
의젓해진 것도 같고 몸도 튼튼해진 것 같다.
하루 종일 너와 뒹굴며 지내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 자식이라더니 바로 너를 보고 있으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유뽕아.
이렇게 네 이름만 불러도 나는 행복하다.
오늘 귤 두 개를 먹었다.
고맙구나. 잘 먹어주어서.
좋은 꿈꾸고 잘 자거라.
* 99년 7월 10일 (토) 맑음
어제 보건소에 가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7.8키로의 건강해진 네 몸을 보며 아주 대견했어.
주사 맞을 때도 한 번 ‘끙’하고 울려다 말고.
정말 네가 많이 컸더구나.
혈액형은 A형이란다.
엄마와 같은 혈액형이다.
유뽕아!
며칠 밤을 잠 못 자고 우는 네가 안쓰럽다.
오늘밤엔 편히 잘 자거라.
엄마가 널 꼭 지켜줄게.
사랑한다. 아가야.
* 99년 7월 16일 (금) 흐림
유뽕아!
너는 참 곱게 무럭무럭 자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큰 소리를 지르며 옹알이 하는구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려나.
기분이 참 좋은가보다.
엄마를 알아보며 곁에 있으면 응석어린 목소리로 안아 달라 칭얼대는 네가 예쁘다.
유뽕아.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너를 안으면 웃음을 찾는다.
고맙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