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결혼 전 같이 살집에 대한 이자부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53

육아일기 (35)


BY 박예천 2010-09-16

 

* 99년 6월 30일 (수) 더위

 

나의 유뽕아!

벌써 유월의 마지막 날이구나.

너와 만나진지도 어느새 네 달이 가까워온다.

참 덥다.

그래서인지 네가 자주 운다.

안고 있으면 팔도 아프고 땀이 나서 힘들다.

그래도 자식이라는 게 무섭구나.

모든 힘겨움을 다 참게 한단다.

모성이 강하다더니 참말이다.

너는 유난히 엄마를 닮았다.

얼굴모양에서 어쩌면 성질까지도.

울며 소리 지르는 모습에서 짜증 잘 내는 엄마의 성질을 닮았을까 겁난다.

 

유뽕아.

일 년 전 요즘엔 참 무료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네가 친구가 되어주니 기쁘다.

시간이 잘 가고 마음도 흐믓하다.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구나.

대머리라고 놀림 받던 신생아 때보다 숱도 늘어났고.

오늘밤도 잘 자거라.

기도해 줄게.

 

 

* 99년 7월 6일 (화)

 

사랑하는 내 아들아.

잠을 잘 때 마다 너는 곱다.

자고 깨면 너는 많이 커 있다.

의젓해진 것도 같고 몸도 튼튼해진 것 같다.

하루 종일 너와 뒹굴며 지내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 자식이라더니 바로 너를 보고 있으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유뽕아.

이렇게 네 이름만 불러도 나는 행복하다.

오늘 귤 두 개를 먹었다.

고맙구나. 잘 먹어주어서.

좋은 꿈꾸고 잘 자거라.

 

* 99년 7월 10일 (토) 맑음

 

어제 보건소에 가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7.8키로의 건강해진 네 몸을 보며 아주 대견했어.

주사 맞을 때도 한 번 ‘끙’하고 울려다 말고.

정말 네가 많이 컸더구나.

혈액형은 A형이란다.

엄마와 같은 혈액형이다.

유뽕아!

며칠 밤을 잠 못 자고 우는 네가 안쓰럽다.

오늘밤엔 편히 잘 자거라.

엄마가 널 꼭 지켜줄게.

사랑한다. 아가야.

 

 

* 99년 7월 16일 (금) 흐림

 

유뽕아!

너는 참 곱게 무럭무럭 자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큰 소리를 지르며 옹알이 하는구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려나.

기분이 참 좋은가보다.

엄마를 알아보며 곁에 있으면 응석어린 목소리로 안아 달라 칭얼대는 네가 예쁘다.

유뽕아.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너를 안으면 웃음을 찾는다.

고맙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