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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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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34)


BY 박예천 2010-09-16

 

 

* 99년 5월 2일 (일)

 

 

내 아들 유뽕아!

 

이틀 전부터 네가 기침을 한다.

잠도 못자며 울어대고 말이야.

나는 손목이 아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물건을 집기가 힘들어 자꾸 놓쳐 버리고, 설거지 하다가 그릇도 깨고 그런다.

병원을 다니다 그만 두었어.

차도가 없기도 하고 의사 말이 물건을 집거나 비틀지 말라는데......

그게 가능하겠니. 내 현실에 말이다.

당장 밥하고, 살림해야 하는데.......

네 기저귀도 손으로 빨아야 하고.

소변보고 팬티 올릴 힘도 없이 아프다.

 

유뽕아.

엄마는 슬퍼.

이렇게 아픈 거 참고 너를 얻었는데 넌 편히 잠을 못 이루는 것 같아.

언제까지 이 손목이 아프려나.

제발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 99년 6월 28일 (월)

 

유뽕아!

정말 오랫동안 적지 못했구나.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단다.

그동안 너는 내가 기도한대로 무럭무럭 잘 자라주어

몸무게가 7.4키로나 되는 귀여운 아기가 되었지.

백일이 지나면서 잠도 잘 자고 예쁜짓도 많이 한다.

잠에서 깨어 크게 울며 ‘엄~~마’하며 우는 소리 내면

나는 온 몸에 전율을 느낀단다.

그래. 또 다른 내 이름 ‘엄마’ 라는 사실에.

곱게 잠들어 있는 네 모습이 어느 날은 감사하여 눈물 날 지경이다.

 

나는 매순간 네 손을 잡고 기도한다.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주기를 말이야.

엄마인 나를 알아보며 방긋 웃을 때 마다 온몸의 피곤과 어두움이 다 사라져 버린단다.

고맙다 유뽕아.

나에게 이런 벅찬 느낌들을 선물해 주어서.

 

 

 

* 99년 6월 29일 (화)

 

낮엔 참 덥다.

오늘은 엄마랑 함께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설거지며, 청소할 것 던져놓고 미련 없이 쓰러져 잤다.

몸이 견디지 못하고 잠을 원했다.

 

유뽕아!

고맙다.

잘 자고 먹고, 또......싸고 말이다.

네가 내보내는 똥이 얼마나 귀여운 줄 아니?

누군가 그랬어.

자기 애기가 싸놓은 똥이 땅콩 잼 같아서 빵에 발라먹고 싶다고.

난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만지고 싶고 기특하고 그렇다.

그 작은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무사히 장에 들어가 영양소로 운반되어지고

남은 찌꺼기가 밖으로 나오다니.

너도 나중엔 알까.

부모가 되면 말이야.

 

요즘 나는 너 때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희망이고 즐거움이며 전부이다.

누구도 내게 기쁨이 되어주지 못하는데 너만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구나.

엄마를 또렷하게 알아보며 방긋거리는 네 눈빛에 나는 자꾸 눈물겹다.

유뽕아........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