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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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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33)


BY 박예천 2010-09-14

 

* 99년 4월 9일 (금) - 날씨 : 비

 

오후부터 비가 온다.

한 번씩 비가 내리고 나면 하늘이며 들, 꽃, 나무들이 성큼 자랄 것이다.

유뽕이 너처럼 말이지.

하루 종일 너는 거의 엄마랑 지낸다.

그래서 더욱 네가 엄마 목소리에 익숙해 있는지도......

 

잠투정이 심한 너를 꼬옥 안고 심장소리를 들려주며 토닥거리면 금세 잠이 든다.

뱃속에서 자주 듣던 엄마의 심장소리여서 그럴까.

 

유뽕아!

왜 그런지 이런 날은 그런생각이 들기도 해.

어디 아주 먼 곳에서 너와 단둘이만 있고 싶다는.......

조용한 곳에서 말이지.

 

 

 

* 99년 4월 11일 (월)

 

점점 네가 똘똘해 진다.

오늘 아빠랑 낚시터에도 갔었어.

물론 너는 차안에서 엄마와 있었지만 바깥나들이를 한 셈이지.

 

유뽕아!

너는 안아주어야만 잠이 든다.

일어서서 안고 다니기를 원하며 운다.

엄마는 손목이 무척 아프다.

너를 계속 안고 달래다보면 더욱 어깨까지 저리구나.

그래도 너는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내 아들이다.

지혜롭고 총명하게 커다오.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배려깊은 아이가 되렴.

그렇게 자라기를 기도한다.

 

 

 

* 99년 4월 13일 (화)

 

너는 어찌 보면 내 고약한 성질을 그대로 닮았나보다.

조금이라도 뜻에 맞지 않으면 겨우 태어 난지 한 달 된 녀석이 계속 투정을 부린다.

우유를 먹으면서도 구시렁거린다.

좋은 점은 놔두고 못된 것만 골라서 닮았으면 어쩌니.

목욕할 때 너는 참으로 곱다.

만지기에도 겁이나 쩔쩔매는 나를 할머니가 도와주신다.

말끔하게 씻긴 네 얼굴에 로션을 바르다 보면 어느새 뿌듯해 오는 행복감에 목이 메어 온다.

솜털 한 올에까지 사랑을 듬뿍 담아 발라주고 싶다.

 

유뽕아, 내 아들 유뽕아....

나에게 자식이라는 귀한 이름으로 있어주어 고맙다.

날마다 네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힘겨운 줄을 모른다.

 

지금 엄마인 나를 믿고 평안히 잠들어 있는 네 모습에,

나는 세상 어떤 그림도 비교하기가 싫어진다.

이렇게 어느새 너는 엄마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구나.

 

고맙다 유뽕아.

날 만나러 세상에 와 주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