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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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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9)


BY 박예천 2010-09-13

 

* 99년 3월 2일 (화) - 날씨 : 맑음

 

 

 

예정일로는 열흘쯤 남았는데.........

어느 날에 아기를 낳게 될지 참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물론 아픔과 고통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낳아 잘 키울 수 있을지도.

나를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노고가 새삼 떠오르는 시기이다.

옛말 틀린 것 없다더니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맘을 알 수 있다는 말, 거짓은 아닌 듯 싶다.

자연분만 통해 순산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수술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껏 몇 차례의 살을 째는 수술을 해왔다. 자랑은 아니지만.

부분마취였고 통증이 컸다.

그 순간에 오직 한 가지 내가 붙들 수 있었던 것은 의사에 대한 신뢰감과 주님을 붙드는 신앙심뿐이었다.

그래서 통증이 와도 소리 내지 않고 의사에게 협조하는 자세로 있었다.

의사는 물었다. 아프지 않느냐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을 뿐이지.

고통을 호소한다고 수술이 빨리 끝나지는 않으니까.

 

임신기간 십 여 개월.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입덧으로 심하게 고생하여 병원신세까지 지게 된 적은 없었으나 여러 증상들로 버거운 날들이었다.

그저 열 달이라는 시간이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가.

뱃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저절로 무던히 시간이 가는 게 아니다.

중간 중간에 있어지는 어려움도 해산의 고통엔 못 미쳐도 어려운 시간들이다.

나의 경우, 심리적인 불안감과 예민함이 가장 많았고,

그 외 두드러기나 기침, 소화불량 등....열거 할 수 없을 정도의 불편함이 따랐지만 그저 생으로 견뎌야만 했다.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는다는 일은 꿈에도 가져 볼 수 없다.

 

임신말기로 접어들면서 온몸이 퉁퉁 붓고 뼈마디가 저려 설거지를 하다가도 몇 번씩 그릇을 놓치게 되는 멍청함을 보이고....

잠자리는 불편해서 밤새도록 모로 눕다가 바로 눕다가 하기를 반복하며 잦은 소변으로 화장실만 들락거리다 보면 아침이 된다.

그러다 보면 낮 동안 머릿속은 멍해 있기 마련이다.

낮잠을 편히 자는 성격이 아니고 보니 잠을 보충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이렇게 힘들었다는 것을 우리 아기가 알까?

아마 모를 거야.

여자아이라서 이다음에 나와 꼭 같은 처지의 입장이 된다면 모를까.

우리 아기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다만,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와 주면 더 바랄 게 없다.

이글을 쓰는 지금, 힘차게 뱃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자기 이야기를 적고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진통이 시작되더라도 소리치거나 일그러진 얼굴표정 하지 않으면 좋겠다.

속으로 꾹꾹 참으며 우아할 수 있다면.......,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주님!

이제 제 몫은 나름대로 다 한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은 주님께서 저에게 주셔야 할 부분입니다.

채워 주세요.

지금껏 제게 베풀어 주셨던 은혜의 시간들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