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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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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8)


BY 박예천 2010-09-13

 

* 99년 2월 24일 (수) - 날씨 : 비오다 흐림

 

 

 

모처럼 달게 잠을 잔 것 같다.

아침이 참 개운했단다.

봄이 가까이에 온 것을 느끼게 하는 비가 촉촉이 와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중간에 꼭 비가 내려주는 모양이야.

 

아가야~!

또 몸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겠구나.

너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여 네가 미안해하게하려는 의도는 아니니 이해 바란다.

월요일 아침부터 발이 몹시 부어있었어.

양말을 신기조차 불편할 정도로.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한참이나 그 자국이 없어지지 않는 거야.

겁도 나고 놀랍기도 했단다.

혹시 임신중독이면 어쩌나 하고.

친구나 할머니 말씀이 낳을 때가 다 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병원에 들러 상담을 했어.

며칠 지켜보자고 하더구나.

만약 임신중독이라면 지금이라도 널 낳아야 한다는 말을 했어.

자연스럽게 네가 나오는 게 아니고, 제왕절개로 말이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일까.

열 달 동안 참으로 여러 가지 증상을 만나게 되는 구나.

물론 어느 엄마든지 다 나름대로 고통이 있고 어려움도 겪었겠지만,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거대한 일이다.

지금도 너는 씩씩하게 또 움직이고 있다.

배 위쪽이니까 두 손을 열심히 내젖고 있는 걸까.

나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이.

 

정말 어느 날에 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까.

모두들 말한단다.

그날부터 고생길이 열린 것이라고.....

뱃속에 넣고 다닐 때가 더 좋은 줄 알라고 하더라.

그렇긴 하지.

하긴, 기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접하게 될까.

병이라도 걸리면 당황되고 쩔쩔매게 되겠지.

그러나 나 말고도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다 그렇게 키운다는 생각이야.

때로 걱정하며 어느 날은 안심하고 대견해 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고 인생 깊은 의미도 깨닫게 되고......

 

아가야!

이젠 정말 네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그것이 중요치 않구나.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엔 말이야.

아이를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어른들도 많고, 또 아이가 생겼어도 건강하지 못해 눈물로 가련하게 바라보는 부모들도 있더구나.

그 중에 아무런 티 없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겠니.

분명히 너도 선택되어진 아이로 나에게 기쁨을 안겨다 줄 것으로 믿는다.

엄마의 기도를 듣고 계신 하나님께서 너에게 건강함과 지혜를 더해 주실 거야.

 

지금 적고 있는 이 말들을 혹시 네가 미리 알아듣기라도 하듯 너는 참으로 크게 움직인다.

양쪽 손을 마구 흔들고 있는 느낌이야.

 

네가 나오는 날 있어질 산통을 잘 견뎌낼 힘 달라고 주님께 기도한다.

고통 없이 널 낳으려는 헛된 욕심을 바라지는 않는다.

아픈 만큼 네가 귀하고 사랑스러워 질 거야.

그렇게 엄마는 앞으로 있게 될 진통들을 잘 이길 힘 달라고 간절히 간구하고 있어.

다음달 13일이 예정일인데, 너는 어느 날 나올 거니?

모두들 성별만 궁금한가봐.

 

또 어느 날 너에게 편지를 적게 될까.

당장 내일이라도 네가 나온다면 말이야.

아빠는 오늘 학교에 가셨단다.

봄방학이지만 곧 속초쯤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렇게 혹시 바다 가까운 곳에서 너와 새로운 날들을 꾸미고 싶은 마음에,

당장 있어질 고통도 잊을 수 있겠구나.

 

너도 나와 아빠를 닮았다면 바다를 무척 좋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