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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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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7)


BY 박예천 2010-09-13

 

* 99년 2월 19일 (금) - 날씨 :맑으나 바람 많은 날 (우수)

 

산부인과에 갔었다.

또 너의 모습을 초음파를 통해서 보았지.

머리가 표준보다 2주정도 크다는 말에 자꾸 걱정이 된다.

낯을 때 힘들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의사도 좀 그럴 것이라고 하더구나.

아가 넌 참 바보다.

왜 못난 엄마의 모습을 먼저 닮았니.

아빠처럼 작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기를 바랐는데.

 

겁이 난다고 의사한테 말했어.

초초해지고 두렵다고 그랬더니 안심을 시켜주느라 좋은 말은 해주더라만,

그래도 여전히 떨리더라.

어제 밤에도 꿈을 꾸었지.

아이 낳는 꿈 말이야.

꿈속에서는 참 편하게도 낳더라. 그냥 생겨주던데.........

너도 그렇게 뽕~~~! 하고 나와 주면 안 될까?

그 말을 의사에게 했더니 막 웃더라.

 

아가야.

2주쯤 남았을까.

너는 어떤 생각으로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지......

정말 엄마의 모습이 궁금하기나 한 것인지.......

지금 순간에도 이렇게 마구 움직이고 있는데,

네가 세상 밖으로 나올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구나.

 

바람이 많은 날이다.

봄이 오려나봐.

창이 흔들리도록 아까부터 먼지 섞인 바람이 다가온다.

책을 한 권 샀어.

박완서 소설집이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지.

그거 읽는 중인데 넌 이해를 좀 하겠니?

모르겠거든 그냥 듣기나 하고 있으렴.

 

안녕.........또 적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