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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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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6)


BY 박예천 2010-09-12

 

* 99년 2월 18일 (목) - 날씨 : 맑음

 

 

정말 화창한 봄날 같았다.

목욕탕에 갔다가 일부러 돌아다녔지.

가만히 있어도 졸음이 올 것만 같더구나.

이렇게 따스하고 포근한 봄볕을 너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지금 엄마는 무척이나 졸리다.

어젯밤, 네 누나가 밤새도록 몸이 불편한지 울다가 잠꼬대를 해서

옆에서 챙겨주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거든.

그러나 낮잠이라도 잘 수가 없구나.

시집살이라는 게 누가 일부러 말하지 않아도 불편한 것이야.

시부모님과 시누이 거실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데 며느리가 감히 퍼질러 잘 수 있겠니.

그러나 참 졸리다.

자꾸 눈이 감겨온다.

 

왜 네 선뽕이는 밤에 깊은 잠을 못 자는 걸까.

너의 누나가 될지, 아니면 언니가 될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널 많이 보고 싶어 한다.

아직 동생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네 살의 꼬마이기는 해도,

동생이 생기면 사이좋게 놀겠다고 늘 말한단다.

아가야.

네가 태어나면 많은 분들이 기뻐하시고 잘해 주실 거야.

나는 믿는단다.

 

이번 설날에 여주에 갔었는데,

너의 외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새벽마다 엄마의 순산과 너를 위해 기도하신다는구나.

그래서 나는 든든하다.

막강한 기도부대가 있으니 말이야.

 

푹 잤으면 좋겠다.

몸무게가 또 2키로나 늘었다.

내가 살찐 것이 아니고 네가 컸다는 것이라 믿기로 했다.

너무 많이 자라면 낳기 힘들다든 거 알고 있거라.

 

오늘,

햇살이 고와서 이렇게 잠시 적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