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년 2월 11일 (목) -날씨 : 맑음
나의 아가야~!
너에게 편지를 적는 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네가 자라면서도 계속 쓸 것이지만,
너를 낳게 되면 당분간은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할 테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피곤해 하는 너의 아빠와 고모를 깨워 밥상 차려주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집안 대충 청소 후 이층에 쌓아 둔 너의 출산 준비물을 보러 갔다.
전에 배냇저고리며 속싸개며 필요한 것은 일부 세탁을 해서 잘 접어 비닐로 싸고 챙겨두었다.
오늘은 겉싸개와 그 밖의 물건들을 대충 너의 앙증맞은 하늘색 욕조 안에 정리해 놓았단다.
인형 발에나 맞을 듯 작은 분홍색 양말을 집어 들고 얼마나 웃었는지.....
참 귀엽더구나.
마치 네가 옆에 있기라도 하듯 나는 그 양말을 주물럭거렸다.
그리고는 너에게 여러 가지 말들을 했지.
“아가야. 이거 모두 네 것이야. 엄마가 정리하러 왔단다. 내복도 있네. 베게도 예쁘네!” 하면서 말이야.
네가 듣고 있다는 기분에 나는 더욱 행복해졌단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허술하게 달려있던 겉싸개의 단추 두 개를 떼어내고 튼튼한 실로 다시 꿰매 달면서 정말로 네가 옆에 누워있는 착각이 들었어.
전보다 두려움이 덜해졌어.
해산할 고통에 대한 두려움 말이야.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기에 큰 배 뒤뚱거리며 거리를 걷다가도 힘든 줄을 모른다.
당장 네가 나오면 무척이나 힘들고 너는 밤낮 가리지 않고 울어대겠지만,
그래도 직접 널 만지고 싶구나.
너의 그 작은 손안에 내 손가락을 잡혀보고도 싶고.
물론, 아가 너도 엄마인 내가 보고 싶을 것으로 간주해도 되겠지?
우리 눈빛 한번 맞추며 웃어 봐야하지 않겠어?
나...........참을게.
아파도 말이야.
네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하려면, 엄마인 내가 가장 많이 도와야 하겠지.
편하게 생각할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쉬지 않고 기도하는 거야.
너를 선물로 주신 우리의주님께.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