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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같이 살집에 대한 이자부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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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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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3)


BY 박예천 2010-09-12

 

* 99년 2월 8일 (월) - 날씨 : 따뜻하고 맑음

 

 

정말 봄날 같은 날씨였단다.

그래서 아빠랑 대청소를 했지.

구석구석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겨우내 덮고 자던 이불이며 베게 커버도 빨고 말이야.

지난주엔 너 때문에 배가 많이 아팠단다.

사흘을 연속으로 오른쪽 아랫배 통증으로 당황하며 맹장인가 걱정도 했다.

잠시 누워있어도 아프고 걷지도 못하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해서 결국 엄마는 날짜도 아닌데 병원엘 가게 되었지.

다행히 맹장은 아닌 것으로 나왔고,

자궁의 위치가 커지면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아플 거라는 의사의 진찰이 있었지.

그래서 왼쪽으로 잠을 자라고 권하더구나.

왼쪽으로만 잠을 자려니까 어깨며 팔이 저리고 불편했다.

누워 있으면 숨이 차서 힘들었고.

 

너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일에 이렇게도 많은 힘겨움이 따르다니.

지난주에는 또 외할머니께서 너의 출산준비물을 몽땅 사주셨다.

어려운 농촌형편에 무슨 돈이 있으셨는지 거금 사십 만원이 넘는 최고급 물건으로만 준비해 주셨단다.

평소 좋은 물건만 고집하던 나의 성격을 아시고,

어머니의 뜻대로 하지 않고 나에게 맞춰주신 그 배려에 새삼 눈물이 났다.

배가 부르고 너를 열 달 동안 뱃속에 넣고 자라게 하면서 힘들 때마다 자꾸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려운 시집살이 하면서 입덧은 어떻게 넘겼을 것이며,

산후조리 또한 제대로 하지 못했을 어머니.

시어머니의 서운한 말을 들을 때마다 여주에 계신 엄마 생각이 절실해 진단다.

왼쪽 손목이 아파서 물건을 집을 때마다 놓치고 깨뜨리고 하며 아파할 때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는 얼마나 맘 아파하실까 하는.....

 

아가야!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지?

너를 볼 그날이 말이야.

어떤 모습을 하고 나올지.

이젠 정말 성별이 궁금하지 않구나.

건강했으면 좋겠고,

내가 너 낳을 때 가져야 하는 출산의 고통을 잘 이겨내기만을 기도할 뿐이야.

너도 함께 도와주렴.

같이 힘내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