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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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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2)


BY 박예천 2010-09-12

 

* 99년 1월 30일 (토) - 날씨 :맑음

 

 

오늘밤 아빠는 숙직이란다.

커다란 학교건물 한구석의 숙직실에서 홀아비냄새, 담배냄새 푹푹 맡아가며 잠을 자야한다는 구나.

지난여름.

아빠를 따라 숙직실에서 잠을 자본 적이 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먼지투성이에다 이불도 퀴퀴한 냄새가 났어.

몇 번을 걸레로 닦아도 바닥에서는 먼지가 그치지 않고 묻어났지.

 

아가야.....!

지난 28일(목)에는 아빠와 함께 산부인과엘 갔었어.

항상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아빠를 진찰실까지 오라해서 초음파로 보는 너의 모습을 직접 느끼게 해주었지.

아빠는 의사선생님께 자세한 질문도 하면서 너의 모습을 지켜보았단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면서 웃기도 했고.

엄청난 개구쟁이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

너의 눈, 코, 입이며 심장소리, 위, 방광, 갈비뼈, 척추까지......

모두 설명해 주는 대로 지켜보면서

엄마는 순간, 이제 가족이라는 절실하고도 끈끈한 정을 느끼게 되더구나.

 

한 달 남짓 남은 너와의 만남을 기대해보며 설레기도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한 날들을 지내고 있단다.

누구나 여자라면 다 경험해야 한다지만,

언제나 해산의 고통은 두려움일 뿐이다.

 

아가야!

그렇게 네가 얻어지는 것이구나.

요즘은 성경을 쓰고 있단다.

여호수아를 적고 있지.

네가 아들이라면 여호수아 같은 아이이기를 기도하며 한 절씩 적고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

너도 도와주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는 움직이며 나에게 무엇인가 열심히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 고개 내미는 그날까지 그저 건강해다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