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년 1월 24일 (일) - 날씨 : 포근하고 맑음
아가야!
참 많이도 아프구나.
손목이 저리고 쑤셔서 자꾸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너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참고 있지만,
몸도 무겁고 숨이 차며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으니 짜증이 난다.
누구나 그랬을까.
아니라고 하더구나.
너의 할머니 말씀이 3.4개월 정도만 힘들고 나중에는 괜찮은 건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아무래도 내 몸이 이상하게 생겨먹은 모양이다.
남들처럼 평범한 절차로 너를 맞이하지 못하니 말이야.
오늘.......
아빠는 외박이다.
대학 동문들 모임에 갔지.
그곳에 가서도 벌써 세 번째 전화를 한다.
겨우 하룻밤을 지낼 거면서 좀 유난스럽지?
참 가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지.
네가 남자아이라면 너의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구나.
속 좁고 조목조목 너무 정확한 것은 빼고 말이야.
그래도 난 너의 아빠를 미워할 수 없단다.
감정대립으로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속으로 너의 아빠가 밉지 않다.
다만 서운하고 안타까울 뿐이지.
아가야......
너 건강하지?
머리가 크다고 해서 나는 은근히 걱정이야.
자연분만 할 때 나오기 힘들면 어쩌니.
내가 좀 힘들더라도 네가 건강한 아이이기만을 바란다.
주님께서 반드시 지켜주실 거야.
두 달도 남지 않았구나.
예쁘게 있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