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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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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1)


BY 박예천 2010-09-12

 

 

* 99년 1월 24일 (일) - 날씨 : 포근하고 맑음

 

 

아가야!

참 많이도 아프구나.

손목이 저리고 쑤셔서 자꾸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너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참고 있지만,

몸도 무겁고 숨이 차며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으니 짜증이 난다.

 

누구나 그랬을까.

아니라고 하더구나.

너의 할머니 말씀이 3.4개월 정도만 힘들고 나중에는 괜찮은 건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아무래도 내 몸이 이상하게 생겨먹은 모양이다.

남들처럼 평범한 절차로 너를 맞이하지 못하니 말이야.

 

오늘.......

아빠는 외박이다.

대학 동문들 모임에 갔지.

그곳에 가서도 벌써 세 번째 전화를 한다.

겨우 하룻밤을 지낼 거면서 좀 유난스럽지?

참 가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지.

네가 남자아이라면 너의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구나.

속 좁고 조목조목 너무 정확한 것은 빼고 말이야.

그래도 난 너의 아빠를 미워할 수 없단다.

감정대립으로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속으로 너의 아빠가 밉지 않다.

다만 서운하고 안타까울 뿐이지.

 

아가야......

너 건강하지?

머리가 크다고 해서 나는 은근히 걱정이야.

자연분만 할 때 나오기 힘들면 어쩌니.

 

내가 좀 힘들더라도 네가 건강한 아이이기만을 바란다.

주님께서 반드시 지켜주실 거야.

두 달도 남지 않았구나.

 

예쁘게 있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