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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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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8)


BY 박예천 2010-09-12

 

* 98년 12월 9일 (수) - 날씨 : 맑은 날이었으나 추웠음

 

 

거의 한 달이나 배앓이를 한다.

특별한 원인도 모르겠고,

음식을 먹을 때는 좋은데 바로 통증이 느껴진다.

어젯밤엔 자다가 몇 번의 설사를 했는지도 모른단다.

사르르 아파올 때면 저절로 인상이 구겨지고 신음소리까지 나온다.

병원에 가보라는 아빠의 말을 무시한 채 버티고 있지만 참 괴롭다.

 

소화 안 되고 속이 자주 쓰리며 식욕도 없는데,

그나마 먹는 것마다 배가 아파오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퇴근하는 너의 아빠에게 미안하다.

집에 오면 편안한 웃음으로 대하지 못하고 끙끙 거리며 앓기나 하니 말이야.

임신하면 호르몬 분비 때문에 예민해진다는 말이 맞나 보다.

요즘은 무척 우울해지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난다.

 

아가야.

내가 이런 말 하면 너는 웃을 거야.

왜 그런지 외롭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구나.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도 일어난다.

아빠는 퇴근하면 피곤에 지쳐 잠들어버린다.

하루 종일 아빠를 기다리며 다정한 이야기라도 나누기를 기대해 보았으나,

날마다 힘겨워 한다. 그래서 나는 슬퍼진다.

힘들고 지치는데 내 맘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너에게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편안한 맘을 갖지 못하고 자꾸 우울해 진다.

미안한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네가 세상에 나오면 외로울 틈조차 없이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겠지.

모두가 사치스러운 감상일거야.

 

그래도 지금 나는 외롭구나.

자꾸 또 눈물이 나려한다.

아빠의 코고는 소리가 커질수록 엄마의 가슴속에서 울리는 외로운 북소리가

내장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듯하다.

네가 나를 위로해주렴.

내 속에서 작은 속삭임 같은 노래라도 불러주라.

나의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