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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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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6)


BY 박예천 2010-09-12

 

* 98년 11월 12일 (목) - 날씨 : 맑음

 

 

많이 추워졌구나.

그동안 너에게 글을 적지 못했지?

컴퓨터가 2층에 있는데 거긴 무지 춥거든.

올라가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지.

어제 아빠가 드디어 아래층 우리 방으로 옮겨 놓으셨단다.

이렇게 따뜻한 방에서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어.

 

아가야!

네가 아주 많이 자라고 있었나봐.

엄마 배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아니?

맞는 옷이 하나도 없어 그저 펑퍼짐한 것만 걸치고 있단다.

네가 커 갈수록 엄마 몸은 자주 아프다.

밤엔 온 몸이 쑤시고 저려 잘 수 가 없고,

가끔씩 숨이 차고 가슴이 뛰는 것도 그렇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하는 구나.

 

언제쯤 너와 도란도란 이런 이야기들을 말로 나눌 수 있을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있어지겠지.

지금도 너는 배 안에서 몸을 움직이느라 바쁘다.

무척 활동적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고 마구 움직여 너의 존재를 확인시킨다.

너의 움직임을 느끼게 해주려고 아빠의 손을 살며시 끌어다 짐작되는 위치에 얹어 놓는다.

나한테는 엄청난 요동으로 전해오는데,

아빠에겐 미약한가봐.

특히 너는 밤에 많이 활동을 한다.

엄마 아빠가 야행성인 것을 벌써 닮아 버렸는지.....

자려고 침대에 누워 배위에 손 대보면 너는 더욱 힘차게 너 자신을 알려준다.

 

아가야.

네가 건강한 것을 그렇게 믿는다.

힘찬 움직임으로 안심시켜주니 고맙다.

 

내일은 병원 가는 날이다.

또 네 모습을 보게 되겠구나.

멋진 모습 기대할게.

가장 아름다운 포즈를 엄마에게 보여주렴.

 

내 맘이 평온하듯 너에게도 늘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마.

하나님께서 주신 나의 귀한 아이야.

그렇게 사뿐히 내 곁으로 오거라.

 

네 손 잡을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를 해 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