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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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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2)


BY 박예천 2010-09-10

 

* 98년 9월 30일 (수) - 날씨 : 하루 종일 비만 내림

 

 

아빠는 소풍을 가셨다.

비가 오는데 강릉 경포대로 향했다는 구나.

여러 번의 전화를 했는데, 그곳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리나 보다.

어젯밤에도 엄마는 기침 때문에 한잠도 못 잤다.

나는 잠을 못 이루는 중에도 너는 편한 잠을 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으니 늘 짐작만으로, 느낌으로 대신하고 있단다.

 

아가야!

너는 어떤 아이일까?

남자아이라면 ‘찬ㅇ’라는 이름을 막연히 생각해 보았다.

네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이름으로 바꿔 주겠지만 남자답고 씩씩해 보여 나는 좋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네가 남자아이라면 분명히 첨벙거리며 골목을 후비고 다닐 거다.

옷을 흠뻑 적셔 오더라도 나는 널 꾸중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다만 감기에 걸릴 것을 좀 걱정하겠지만,

옷과 신발을 버려왔다고 소리 지르는 엄마는 되지 않을 거야.

옷은 다시 빨아 말리면 되지만,

네가 그 순간 몸으로 부딪혀 얻는 경험은 기회가 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싶은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

도시의 차갑고 각박한 냄새를 일찍부터 네가 접하지 않았으면 한다.

도랑구석을 헤집으며 미꾸라지도 잡고

새집 찾아 새알을 꺼내보기도 하는 그런 어린 시절을 네가 겪었으면 좋은데,

환경이 따라주게 될지 의문이구나.

 

아가야!

너에게 요즘 많이 미안한 것은

내가 특별한 태교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야.

다른 사람들은 태교음악이니 태교복대이니 하기도하고

뱃속의 아기에게 동화를 읽어 준다는데 난 그 정도로 극성엄마는 못되는 구나.

그저 내 맘이 편안하면 너 역시도 안정을 느끼며 잘 자라 줄 것이라는 확신 속에 지낸다.

아까 여주 외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단다.

내가 자연분만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계신다는구나.

수술을 통해 널 만난다면 인위적인 방법이 되어 너는 강제로 꺼내지는 기분이 들거야.

네가 길을 통해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나오기만을 기도할거야.

내가 잠시 엄청난 아픔을 겪어

네가 신생아 때 느낄 수 있는 아기의 길을 제대로 거쳐서 나온다면 좋겠다.

아가야.......너도 숨 쉬면서 기도도 가끔 해라.

좀 무리한 부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