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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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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1)


BY 박예천 2010-09-10

 

* 98년 9월 27일 (일) - 날씨 : 맑음

 

일주일째 기침으로 고생하고 있다.

전엔 두드러기로 심하게 앓았는데,

기침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잔다.

새벽과 저녁에 더 많이 하게 된다.

임신이 아니었다면 벌써 약을 지어먹거나 병원으로 달음박질 했을 텐데,

아가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저절로 낫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있어야 하는지

철저하게 배우고 있단다.

그러면서 나를 낳으셨던 어머니의 고통도 이제 조금은 이해 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해보겠구나.

 

아가야!

기침을 한 번 하면 가슴이 따갑고 아프다.

허리까지 결리고 숨을 못 쉴 정도다.

그래도 너를 얻기 위한 고통이니 참을 수밖에 없구나.

너는 또 오늘 얼마나 많이 커졌을까.

날마다 너의 성장을 느낀다.

 

나는 너에게 바라고 싶구나.

입으로 먹는 음식만으로 네가 자라는 게 아니라,

맑은 가을공기와 풀과 나무냄새를 접할 때도 네가 쑥쑥 커주기를 말이야.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하늘과 공기가 요즘 지천으로 널려 있다.

엄마는 가끔 들꽃들과 함께 그 많은 절경들을 지켜보고 온단다.

그때마다 너도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네 눈으로 그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있다는.

 

오늘은 많이 피곤하구나.

기침도 더 자주 나오는 듯하다.

다시 내려가서 잠을 청해봐야겠다.

책도 좀 읽다 자야지.

너도 잘 자렴.

 

안녕, 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