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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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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0)


BY 박예천 2010-09-10

 

* 98년 9월 22일 (화) - 날씨 : 바람 부는 맑은 날씨

 

 

아가야!

오늘 산부인과에 갔었지.

또 초음파를 통해서 네 모습을 보았다.

지난번보다 더 확실해졌더구나.

머리와 두 손 그리고 발과 등뼈까지.

손가락 열 개가 모두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런데 작은 걱정이 있다.

네 머리가 임신 15주되는 아이보다 좀 크다는 구나.

16주 크기라고 하시면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란다.

그래도 난 좀 걱정이 된다.

엄마 머리가 좀 크잖니.

어릴 적 그것이 나에게는 아주 창피한 일이었단다.

이목구비가 모두 예쁜데,

머리가 크니 못난이처럼 생각되었어.

그래서 네 머리가 작기를 은근히 바랐는데.

아빠를 닮았다면 작은 머리를 지니고 태어 날 텐데,

아무래도 넌 날 닮은 모양이야.

내 이목구비와 아빠의 머리 크기를 닮는다면 아주 예쁠 것을.

 

그래도 아가야.

실망하지 말아라.

아직 많은 시간이 있고, 넌 더 많이 변할 테니까.

아주 건강하게 자라준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때로 우울하게, 어떤 날은 먹지 못하고 몸을 돌보지 않은 때도 있었는데

너는 그것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있어주었다.

정말 고맙다.

너만 믿는다.

오늘 너의 흐릿한 사진을 보면서 행여 고추라도 보이지 않을까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으나 엄마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구나.

네가 남자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은근히 생겨준다.

이상하게도 난 남자아이를 좋아했어.

남자아이라면 아주 개구쟁이로 키우고 싶거든.

흙더미 속에서 뒹굴며,

얼굴에 땟자국도 묻히고 놀이하는 사내아이로 말이야.

그러나 이젠 어떤 아이라도 건강하기만을 바랄뿐이야.

머리가 커도, 얄미운 계집아이라도 그저 건강한 열 달을 보내고

세상 밖으로 나와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잘 들었지?

넌 엄마 맘 알고 있지?